나는 한때 연민이라는 감정을 사랑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 조금 더 챙겨주고 싶어지는 마음.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동정에 더 가까운 감정이라고요. 그래서 나는 연민으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고개를 갸웃하곤 했죠. 그게 정말 사랑일까 하고요.
그런데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서 다른 마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당신이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조용히 그 말의 뒤쪽을 잠깐 생각하게 됐죠.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웃을 때에도 그 하루가 정말 가벼웠을지 괜히 한 번 더 바라봤어요.
나는 당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아요. 다만 당신이 지나온 시간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상하게도 당신의 마음이 여려지는 그런 순간들이 보일 때마다 나는 당신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네요. 어쩌면 이런 마음을 사람들은 연민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하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나는 잠깐 멈춰 서 있는 마음을 발견해요. 괜찮다는 말 뒤에 조용히 남아 있는 하루의 무게를 괜히 상상하게 되기도 하고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시간들까지도 이상하게 함께 견디고 싶어 집니다. 아마 이 마음이 내가 당신을 향해 가지고 있는 가장 솔직한 감정일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밝은 순간만 오래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조금 지쳐 보이는 날에도 괜히 곁에 더 앉아 있고 싶어지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결국은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견디려는 의지로 이어진다는 걸요.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쩌면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요.
어쩌면 나는 지금, 꽤 근사한 연민으로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셈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