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들은 시작한 날짜를 정확히 말할 수 없어요. 사람들은 어떤 날을 특별하게 정해 두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한 말을 건네려고 하죠. 아마 그런 마음들을 그냥 지나가게 두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소중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날짜라는 모양으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오늘 같은 날이 되면 괜히 이런 생각이 들어요. 평소라면 조금 망설였을 마음도 오늘이라면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마치 세상이 잠깐 허락해 준 것처럼, 평소보다 조금 더 솔직해져도 괜찮을 것 같은 날 말이에요.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오늘은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된 정확한 순간을 잘 모르겠어요. 처음 당신을 알아본 날이었는지, 처음 함께 웃었던 날이었는지, 아니면 이유도 없이 당신 생각이 오래 머물렀던 어느 평범한 저녁이었는지, 아무리 돌아보아도 마음이 시작된 날짜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거든요. 이상하게도 특별한 장면보다 사소한 순간들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나는 오늘을 조금 기억해 두려고 해요.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도 여전히 내 마음이 당신 쪽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어쩌면 좋아하는 마음의 기념일은 시작한 날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걸 조용히 알아차린 바로 그런 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이렇게 말해 볼게요.
당신에게,
해피 화이트데이.
그리고 괜히 덧붙이고 싶은 말 하나.
나는 아직도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