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좀 해', '그건 네 권리야'
이제 영국 직장에서 일한 지 5년째 되는 해,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여기서 하는 일들도 한국에서 일하던 것들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는 맞고 또 크게 문제가 없다. 사내 정치도 어딜 가나 존재하고, 어딜 가나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매니저도 존재하고, 어딜 가나 상사의 말이나 의견이 내 의견보다 더 중요한 건 똑같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크게 차이 나는 문화가 몇 가지 보인다.
남편에게도 꽤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중요한 차이로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질문'하는 습관이다. 나 혼자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을 하면서 질문을 잘 못한다. 질문을 하면 왠지 일을 못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질문이 남들이 다 아는 어리석은 질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질문을 생략하고는 한다.
그런데 여기선 질문을 안 해서 곤란을 경험할 때가 한 번씩 발생하고, 그때마다 나는 '질문 좀 해'라는 지적을 듣기도 한다. 물론 그런 지적은 '영국이'에게서만 듣는다. 매우 조심스럽고 예의 바른 영국인들인 내 직장 동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차' 내가 질문을 할 걸 그랬나? 싶을 때가 꽤 있다.
이번 주 금요일은 Good Friday (성금요일)로 다음 주는 부활절 주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다. 나는 요즘 주 3일 근무를 해서 화요일과 금요일은 쉬는 날이다. 금요일이 쉬는 날인데 공휴일이니 나는 당연히 내 쉬는 날이 공휴일이니 아쉽군... 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왜 사무실에 하루 더 쉬어야 하는 거 아닌지 물어보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이런 건 '질문'할 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거 아닌가? 싶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사무실에 물어보지 않은 핑계를 대는데, 남편은 '그건 네 권리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