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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님 Aug 01. 2022

노견과 함께 여름 나기

반려동물을 환영해 주는 쇼핑몰 산책

2022.8.1.


13세의 건강한 노견 클로이는 그동안 상업시설을 출입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은 세 번 건너 보았지만, 노키즈 존이 넘치는 우리나라에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카페, 식당, 쇼핑몰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올봄에 우연히 우리 동네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반려동물을 환영한다는 사인을 보았습니다. 당장 클로이의 짐을 챙겨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놀랍게도 강아지를 위한 울타리, 일회용 물그릇과 생수, 배변 처리용 쓰레기통이 갖춰져 있고 강아지 간식과 용품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처음 간 클로이는 낯설음에 약간 짖기는 했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겼습니다.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간식도 사서 먹이고 용품도 사서, 카페 영업에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했지요.

여의도 IFC몰 외부에서 완벽한 잔디밭을 밟아봤어요. 배변은 미리 하고 들어가서 사고는 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말을 맞아 여의도에 있는 IFC이라는 쇼핑몰에 들러봤어요. 집에만 있자니 덥고 지루해서, 클로이에겐 미안하지만 슬그머니 부부만 외출을  것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쇼핑몰에는 강아지들이 다녔습니다! 가게마다 입구에 강아지가 들어올  있는지 없는지, 들어올  있다면 걸어 들어가도 되는지 아니면 캐리어에 탑승해야만 들어갈  있는지가 표시되어 있었어요. 식당층에는 강아지 출입이 금지되지만, 다른 층에서는 자유롭게 활보할 수가 있더라고요. 특히, 애플스토어에서는 지니어스(직원)들이 강아지를 열렬히 환영해 줘요. 세상에나 신제품이 놓인 테이블에 올라간 강아지도  있더라고요. 식당층이 아닌 층에 있는 식당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 식사를  수도 있었어요. 놀랍고, 기쁘고, 미안한 마음에 우리는 다음  바로 클로이를 데리고 몰을 재방문하였어요.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는 실내도 좋지만, 잔디가 그림같이 가꾸어진 야외도 좋더라고요. 재미난 , 이렇게 화려한 시설에서 클로이가 무척 초라해 보였다는 거예요. 우리 집에서는 미모견이라고 칭송을 받는데, 한껏 꾸미고 나온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클로이는 시골 개 같더라고요. 우리만 그렇게 느낀  아닌지, 지나가는 슈나우저의 보호자가 "여기 오니까 우리 00이가 노숙견 같다" 하더군요. 중년의 남성분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다니, 화려한 자본주의부작용을 다시 한번 절감하였어요.


내친김에 우리는 반려동물을 환영한다는 스타필드를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진출해 보았어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고양점이었는데, 주말에는 사람 갈 곳이 못 되더라고요. 주차장 진입에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어요. 가까운 주차장을 검색해 보니 LG베스트샵 옆에 주차장이 있더군요. 도착해 보니 유료 주차장뿐 아니라 무료 주차장도 있어서 만세를 불렀어요.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클로이 산책을 시키며 스타필드로 향했습니다. IFC처럼 여기도 야외 조경이 근사했어요. 스타필드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다른 여러 가지 시설이 다 모여 있어서,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야외를 공원처럼 꾸며 놓았어요. 야외 산책 중에 볼 일을 다 마친 클로이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스타필드에 들어섰습니다. 입구에서 온갖 액세서리로 치장한 하얀 요크셔테리어 네 마리를 데려오신 분을 만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클로이 눈곱을 제거하고 세수를 시켜서 나오길 천만다행이지요. 장신구 하나 없는 노견이지만, 예쁘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클로이는 열세 살이지만 아직도 그런 관심과 칭찬을 즐기는 강아지거든요. 스타필드에는 몰리스숍이 있어서 간식과 샴푸를 사들고 귀가를 했습니다. 참고로, 스타필드에서는 층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쓰레기통이 있어요. 혹시 강아지가 실수를 하면 바로 처리하시고 쓰레기통에 버리시면 되어요.

구경 중에 구경은 사람 구경이라더니...

클로이는 논밭길도 좋아하고, 호숫길도 좋아하고, 산길도 좋아하고, 개천길도 좋아하지만, 카페와 쇼핑몰도 좋아했어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말 걸어 주는  좋아하더군요. 앞으로는 너무 더운 에는 야외 산책 대신 쇼핑몰 산책도 좋을  같아요. 혹시 강아지 때문에 외출을 못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주변에 반려동물 환영 시설을 한번 검색해 보세요. 생각보다 가까이에 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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