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는 개나 줘버려
아무것도 없는 방.
그 안의 매트리스 하나.
오래전부터 나의 로망 하우스는 그런 모습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기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건 나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내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꿈꾸는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위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면 정말 거실은 소파와 탁자 하나.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식탁.
그릇이 보이지 않는 부엌 싱크대.
빈 공간이 숭숭 보이는 옷장.
아... 나는 언제나 그렇게 살아볼까.
그래 까짓것 해보자.
스파크는 왔지만 사실 자신은 없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물건을 못 버리는지 알고 있으니까.
우리 가족도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밖에 나가면 돌멩이 하나라도 주워서 집에 오는 우리 엄마.
그리고 자꾸 뭘 사는 남편.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오는 아이들 때문이다.
그래 일단 가족은 건들지 말라고 책에서 그랬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보도록 하자.
열심히 버리려고 했으나 그게 잘 안돼서 무료 나눔을 했다.
동네 엄마들에게 아이들 용품은 나눠주고
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기부도 열심히 하고
그러고도 안되면 고물상에 팔기도 했다.
진짜 한동안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런데도 왜? 무엇 때문에? 그대로인거지?
사람이 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거지?
이사를 하면 정리가 될 줄 알았다.
이사 전날까지 엄청 버렸고 덩치 큰 가구도 대부분 버렸다.
그런데 이사 온 날 이삿짐 업체 직원이 난처한 표정이다.
"짐을 다 넣을 수가 없어서 나머지는 거실에 쌓아두고 갈게요."
이런, 동일한 평수로 이사를 왔는데 왜 이런 거야.
심지어 같이 살던 친정엄마는 분가하기로 결정하고 집도 하나 더 얻었는데.
결국 한집 짐이 두 집으로 가는데 왜 두 집 모두 짐 폭탄인거지.
아무것도 없이 살고 싶은 나의 소망은 물건더미에 묻혀서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정리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나는 이렇게 살다 죽을 팔자인가.
오늘도 택배를 뜯으며 생각한다.
이거 진짜 필요해서 산거라니까.
물건은 줄이고 싶은데 왜 자꾸 다 필요하고 난리.
내 필요의 끝은 어디인가.
나도 정말 집스타그램 좀 하고 싶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을 위해 오늘도 주섬주섬 정리할 물건들을 싸 본다.
*이미지 출처 : 내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