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은. 물러날 퇴.
"선배는 언제까지 회사 다닐 거예요?"
이런.
이렇게 갑자기.
전후좌우 없이 훅 치고 들어오다니.
나보다 몇 살 어린 후배가 갑자기 물어본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니니 정년퇴직이 꿈이라고 할 수도 없고, 당장 그만두자니 생계형 워킹맘이라 아직 어린 두 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뭐라고 답을 할까.
"그만두면 뭘 하고 싶은데?"
대답을 하는 대신 질문으로 받았다. 나이쓰!
후배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학 때마다 해외에 나가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를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이들을 보며 쓰린 가슴을 안고 나에게도 언제까지 일을 할 건지를 물어봤나 보다.
그런데 나는 회사를 그만둔다 한들 그 이들처럼 해외로 한 달은커녕 보름도 살러 못 갈 것 같은데.
그렇게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사람이 많았던가.
아니면 물려받은 재산으로 그렇게 사는 걸까.
남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돈이 많을까 궁금해졌다.
최근에 경제서적을 꾸준히 읽고 있다.
이력이 다양한 아줌마들과 함께 읽고 있는데 우리는 함께 경제서적을 읽고 매일매일 책을 읽은 부분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책만 읽는다고 부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나가고 있다.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글을 쓰던 브런치 작가님들도 요즘은 점점 수익화에 관심이 가는 듯하다.
정산이 확실한 사이트로 작가들이 대거 몰리는 현상 또한 확연히 눈에 보인다.
나 또한 적은 돈이라도 받으니 마음이 그쪽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이 돈의 힘인가.
"은퇴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일을 하려고."
만약 다음에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되면 이렇게 대답을 할 생각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꿈은 파이어족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파이어가 되기에는 늦은 것 같으니 조그만 모닥불이라도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겠다.
그 노력이 글쓰기가 되어야 할 터인데 이 또한 너무나 많은 능력자들과 나를 비교해 보며 요즘 많이 초라해졌었다고 뜬금 고백한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던진 질문 하나에 이렇게 오랜 시간 붙잡혀 생각할 일인가 싶지만 아마도 평소 마음속 깊숙이 있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이 참에 불쑥 튀어나온 것일 테다.
에잇, 왜 그런 질문은 해가지고.
거기다 오늘은 왜 또 국민연금 가입내역서는 온 것이냐.
이런저런 생각 좀 해보라는 거지?
40대. 은퇴를 준비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