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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Aug 07. 2023

소소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매일 참 소소하지만 행복합니다.

고대 중국의 어떤 임금님은 물을 너무나 좋아하여 하루 종일 목욕통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임금님의 이름이나 다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좋겠다며 부러워했던 기억은 남아 있다.


이 임금님처럼 매일 목욕통에 들어가서 살 수는 없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물 속에 몸을 푹 담궈보리라.

이렇게 마음을 먹고 집 앞 수영장으로 출발.


보통 우리 가족은 수영장 개장 시간 입장, 폐장 시간 퇴장이지만 이 날은 오후에 학원 일정이 있어서 점심 시간 지나서 오기로 약속을 하고 길을 나섰다.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아이는 왜 수영장이 끝나는 시간도 아닌데 집에 가냐고 심통을 부릴 것이 뻔하기에 가기도 전부터 신신당부를 했다.


걸어서 가도 되지만 요즘 같이 뜨거운 날씨엔 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주차장이 무료이기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공짜 지상주의는 모든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날 수영장에 가겠다는 계획도 수영장이 이 날까지 무료였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다. 입장료 무료, 주차비 무료. 무엇을 더 바랄까. 

엊그제 개장한 수영장은 깨끗했고, 안전 요원 숫자는 여느 대형 수영장보다도 많았다.

돗자리를 펴는 장소는 다리 밑이어서 그늘이었고 장소도 넉넉했다.


"배고프면 뭐 먹을래?"

"핫도그랑 소떡소떡 먹을래."

"그래, 배 고프면 못 논다. 많이 먹어."

도시락을 싸 가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무조건 사먹어야지.


사춘기 오빠는 놔두고 초저 동생만 데리고 왔기 때문에 같이 물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발을 살짝 담가보니 물이 차갑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 날씨가 무더워서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느낌이지. 물에 둥둥 떠 다니는 이 편안함.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튜브에 구멍이 나서 지난 번에 버렸던 것이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유수풀에 들어가려면 아이는 구명조끼에 튜브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는 모토 아래 쿨하게 수영장에서 튜브를 구매한다.

살짝 호갱 느낌이 나지만 당장 필요할 때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소비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덥지만 하늘은 파랗고 수영장에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북적이지는 않은 날.

시원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이런 천국이 또 있나 싶었다.


나란 사람. 참 만족시키기 쉬운 사람.

그리고 만족시키기 쉬운 또 한 사람. 우리 딸.

엄마랑 수영장에서 아침부터 물장구 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방학인데도 학원 일정이다 뭐다 하루 종일 푹 쉴 수 있는 날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잠깐이라도 놀 수 있으니 그 중 다행이다.


특별하지 않은 어느 여름 날.

역시나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물 속에서 즐거워했던 이 느낌을 잊지 않으려 소소한 하루를 기록해 본다. 


쉽게 만족할 수 있는 우리라서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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