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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사과'를 먹었습니다.

by 트윈플레임 Nov 14. 2023

올해가 시작할 때 얼마나 많은 희망이 있었던가.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핑크빛 꿈 중에 다이어트가 있었다.

초기에는 조금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

그럼 그렇지.

다시 원상복귀.


그렇게 복귀능력이 강했으면 체중계의 숫자가 내려가는 방향으로 복귀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복귀는 늘 숫자가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었다.


그렇게 거의 올해의 마지막을 망한 다이어트로 끝내게 될 무렵 생각난 어느 작가님의 조언.

'3일 동안 사과만 먹어보세요.'

사과는 마음껏 먹되 사과'만' 먹어보라고 하셨다.

일단 한번 해보자.


첫째 날, 사과 먹었다.

사과를 양껏 먹고 싶으나 한 끼에 반개 이상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 나 사과 안 좋아했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그날 밤은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사과가 힘들면 바나나도 먹어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과 조금, 바나나 조금을 먹었다. 아주 괜찮다.

그러다 저녁 시간에는 주부인 본분을 잊지 않고 저녁준비를 했고 그때는 간을 본다는 명목에 순두부찌개를 조금 먹었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공허한 위로는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 견과류를 한 주먹 집어먹었다. 

한 주먹이 생각보다 좀 컸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많이 배고프지 않게 잠에 들었다.


셋째 날, 사실 이날이 조금 걱정되긴 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간단히 음식을 먹고 회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피자를 주문한다길래 단백질인 닭고기가 나을 것 같아 피자와 함께 꼭 치킨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딱 치킨 한 조각만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안 먹어본 브랜드의 피자가 왔길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피자를 한 조각 먹었다.

치킨도 한 조각만 먹으려고 했는데 프라이드와 양념이 있길래 각각 맛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먹었다.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 아주 조금(?) 더 먹었다. 너무나 친절하게도 감자튀김도 주문을 해주셨다. 골고루 시켜준 데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지.

결국 배가 부르다.

저녁은 고구마 샐러드를 먹었다.


예정했던 3일이 지났다.

두둥, 사과'만' 먹지는 않았지만 사과'를' 3일 동안 먹고 난 이후 몸무게를 쟀다.

오! 2kg이 줄었다.

물론 밥 한 끼 먹으면 바로 올라갈 것을 안다.

그러나 그냥 잠깐 지금의 이 기분을 즐겨야지.

오랜만에 보는 숫자이니 이것만 눈에 박아야지.


사과를 먹은 3일 이후 엄마의 생신을 핑계로 생일케이크를 먹고 고기도 구워 먹고 생선회도 먹고 밥도 먹고 된장찌개도 먹고, 먹고, 먹고, 먹었다.

그 뒤 몸무게는 재지 않았다. 굳이 아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는 없으니까.


올해 초 같이 내기 다이어트에 돌입한 동료는 8kg을 감량했다.

다른 동료는 3kg을 감량했다.

이렇게 인간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니.


아직 내기 종료인 연말까지 한 달 반 정도가 남았다.

나.... 어쩌지?


화끈하게 돈을 날릴까? 아님 마지막 한달 반을 불태울까?

일단 오늘 저녁 치킨 좀 먹고 생각해보자.

난 좀 많이 인간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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