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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an 23. 2024

썸 타는 것도 이성교제인가요?

입학도 하기 전부터 왜 나는 이런 것만 궁금한 것인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

집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내딛기 싫은 날씨이지만 부지런히 아이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입학할 학교의 오리엔테이션날이라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일부러 시간을 내었다.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택시를 탔고 역시나 정확히 11분 만에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원래 생각으로는 학교 앞에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려고 했으나 맹렬한 추위의 기세에 눌려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면접을 보러 왔을 때와는 달리 조용한 학교 강당으로 들어서니 새삼 이곳이 우리 아이가 다닐 학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둘이서 시답잖은 말장난을 하다 보니 벌써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먼저 간단한 학교 소개와 학교에서 배울 교과목 소개, 특별활동 그리고 방과 후 활동들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아는 내용이라 특이한 점은 없었으나 학부모와의 소통, 학생과의 소통 그리고 학생 선후배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말씀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의욕적으로 보여서 조금 더 마음이 놓이는 부분도 있었다.


이어서 학사관리 부분을 이야기한 뒤 설명의 마지막 부분은 학교 규정에 관한 설명이었다. 당연하게 생각되는 성실한 과제완수, 복장 단정, 교내에서 핸드폰 사용 금지 등으로부터 시작된 규정을 눈으로 읽어 나갔다. 담당 선생님도 각 규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에 대한 징계방법 등을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반성문을 쓰게 될 경우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이가 슬쩍 웃기도 했다. 설마 엄마를 골탕 먹이려고 반성문을 쓸 상황을 만들진 않겠지?


그러다 내 눈이 머문 곳은 이성 교제 금지 항목이었다. 

분명 학교 설명회에서도 이성 교제는 허용이 되지 않는다고 듣긴 했었다. 그렇다면 공개적인 이성 교제야 당연히 하지 않을 텐데, 만약 누군가가 좋아지면 어떻게 하지? 여자친구들과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아들이 살짝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선생님도 이런 상황을 이미 겪어보셨는지 흔한 말로 '썸 타는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말씀해 주셨다. 답은 바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지? 마음속에 물음표가 커져갔지만 일단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뭔가 방법이 있겠거니 하며 넘어간다. 어차피 감기와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고 했으니 순수한 아이들은 옆에서 보기에 티가 안 날 수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이 많은(?) 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미리 짚어주시니 마음이 놓임과 동시에 좀 더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습에 관한 부분보다 아이들 생활에 관한 부분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여 선택한 대안학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 시절을 조금 더 개인에게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환경에서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이 시기를 잘 붙들어 줄 수 있는 곳이라는 기대가 커서 선택한 학교인데, 오리엔테이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어느 정도 불안한 마음이 걷히긴 했다.


마지막 질문 시간.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을 해 주셨다.

"초등학생과 달리 중학생은 스스로의 말, 행동 그리고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잘 먹고, 일찍 자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주세요. 스스로를 관리할 줄 아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자기 관리를 조금씩 배워나가게 도와주세요."


나도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을 텐데.

우리도 한 번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진학할 수도 있었던 공립 중학교를 지나쳐왔다.

"혹시라도 학교에 적응이 안 되면 이야기해. 저 학교로 전학시켜 줄게."

엄마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씩 웃어 보이는 아이가 조금은 큰 것 같은 느낌은 내 기분 탓일까.


이렇게 아이는 조금씩 어린이 티를 벗고 청소년이라는 시기에 접어드나 보다.

엄마인 나도 이제는 버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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