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발표가 난 후.
입학까지는 오롯이 두 달이 남았다.
하지만 합격 확인서와 고지서는 이미 12월에 발급되었고 납입기한은 12월 말까지다.
분명 한 달 학비는 70만 원 남짓인데 입학금에다 이것저것을 더하니 6개월분 교육비가 700만 원이 넘어간다. 돈이 아까운 애미는 또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공립학교를 다니면 이 모든 것이 공짜일 텐데 따로 돈을 내려고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입학을 물러달라고 할 것은 아니니 눈을 질끈 감고 이체 버튼을 눌렀다.
학원비가 지금까지는 초등학생이라 저렴했다면 중학생이 되면 더 비싸지니 중학생이 되어 낼 학원비를 미리 냈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금액을 합리화시키려 노력해 본다. 입학금 같은 일회성 비용은 앞으로는 없으니 금액이 줄 거라고 생각하며 놀란 가슴도 한번 쓸어내려 본다. 아이 공부에 가성비니 원가니 이런 걸 고민하지 말라고 했지만 자꾸 일반중학교와 비교가 된다. 어쨌든 비교는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계속될 듯하다.
학비를 내고 나니 현재 다니는 학원비는 중복으로 돈을 들이는 것 같아서 더 아깝다. 당장 수학학원을 끊었다. 영어는 새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 하니 2월까지만 다니겠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블록코딩 학원은 일단 남겨뒀다. 학습에 관련된 학원이 아니면 허용이 된다고 하니 이건 되는 건지 학교에 문의해 볼 참이다. 몇 년 동안 해왔던 학습지도 중단신청을 했다.
돈을 줄일 곳은 대충 다 줄인 것 같다.
그랬더니 이제는 시간이 너무 남는다.
거기다 졸업 후 방학이니 시간이 남아도 너무 많이 남는다.
다행히 졸업 후에도 초등학교 겨울방학 캠프 참여가 가능해서 영어와 스포츠는 학교의 도움을 받아 무료 프로그램에 보내며 시간을 때워본다.
그래도 많이 남는다.
남는 시간에 책이나 읽고 있으면 좋으련만 엄마 마음대로 종일 책을 읽을 녀석은 아니다.
이제 집에서 뒹구는 녀석을 보면 얼굴 옆에 자꾸 700만 원이 겹쳐 보인다.
저렇게 아무 생각 없는 녀석에게 돈을 투자해도 되는 건지.
학원을 안 가도 된다며 해맑게 기뻐하는 녀석에게 뭘 하라고 이야기해 줘야 할지.
'너 방학 동안 집안일 700만 원치 해!'
이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뭘 해도 그만큼은 못하지 싶다.
긴긴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오늘 밤 진실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