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떻게 배웠어요?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공인 영어성적 점수로만은 파악할 수 없고 실제 실력과는 꽤 다르다는 진실을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래서 외국계 회사들은 대부분 간단하게 영어로 질문 응답을 하는 면접 절차를 거친다.
몇 년 전 어느 날. 후보자 면접 중, 역시나 영어로 질문을 하나 던져보았다.
그 목적은 적어도 업무적으로 최소한의 필요한 말은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오! 이 후보자는 영어를 꽤 잘한다.
발음도 좋고, 영어로 말하는 내용도 수준이 있다.
이력서를 슬쩍 다시 확인해 보니 어디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기록은 없다.
어렸을 때 잠깐 살다 왔나?
이 궁금한 걸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님은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다 오셨나요? 영어를 꽤 잘하시는 것 같아요."
"아뇨, 저는 외국에서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교환학생이나 해외 어학연수 경험도 없습니다."
(이쯤에서 더욱 궁금증이 일어난다.)
"그럼 영어를 어떻게 이렇게 잘하게 되셨나요?"
"저는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이 늘 자격지심처럼 마음 한구석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비록 외국에서 영어를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외국에 살다 온 사람들 못지않은 실력을 쌓기 위해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와우, 한국에서 혼자서 공부했는데 이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냥 좀 잘하는 정도가 아니고 진짜 영어권 국가에서 몇 년 살다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실력이 상당했다.
발음, 표현, 유창성, 사용하는 어휘의 수준 모두 최상급이었다.
도대체 혼자 어떻게 공부를 한 거지? 말로는 엄청 열심히 했다는데 이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가?
이 면접은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이 후보자가 생각나는 걸 보면 그 이후로는 이렇게 인상적인 후보자가 없었던 것 같다.
혼자서 이렇게 이 악물고 언어 하나를 정복할 정도면 일은 또 얼마나 잘하려나.
아쉽지만 이 후보자는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 다른 이유로 채용을 하지 못했고 같이 일할 기회가 없었기에 그 세세한 영어공부 비법은 그 후로도 영영 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 그 궁금증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이 후보자가 10년도 넘은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가 보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나와 나이가 비슷했었으니 40대 중반쯤 되려나.
어느 외국계 회사의 CFO정도는 하고 있을수도 있겠다. (그 당시 Finance 지원자였다.)
지금도 가끔 영어면접을 볼 때면 이 후보자가 생각난다.
외국에서 살다 온 후보자도 이 사람만큼 완벽하게 영어를 하는 사람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이때 이후로 나는 해외 거주 경험과 영어실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믿지 않게 되었고, 영어면접을 통해 실제 실력을 반드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준 이 분이 어디에 있던 오래오래 승승장구하시기를 바란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