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 : Do Not Resuscitate.
*resuscitate : 소생시키다.
DNR: 소생시키지 말아라.
다른 말로 하면 연명치료 포기.
생명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치료는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dnr 동의서를 작성하곤 한다.
암으로 엄마를 보낸 남편은 자신도 무조건 dnr 동의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아파하며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그리고 그걸 보는 가족도 너무 고통스럽고, 트라우마가 되었다면서.
우리 할머니도 dnr 동의서를 작성했다. 할머니의 팔찌에는 dnr이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혹시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심장이 멈춘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인공호흡기 등 무엇도 쓰지 않고 정해진 명대로 살겠다는 할머니의 의지이다.
요즘 참 생각이 많다. 하루하루 더 보내며 한 마디라도 할머니와 더 하는 게 의미 있는 결정일까? 아픔을 빨리 끝내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걸까? 지금은 계속 잠만 자는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가 중요할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재러 온다. 산소포화도랑 맥박도 함께 재고 알려준다. 아직까지는 임종 징후를 보이지 않지만, 점점 떨어지는 날이 오겠지. 그 떄의 엄마의 반응은 나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 할머니는 하루에 물 두 모금 정도 마신다. 그게 끝이다. 가끔 기력이 나면 한 두 마디 정도 말한다. 지난번 내가 간병인으로 있을 때는 이런 말을 했다.
"윤석열 망할놈.. 아직도 저러고 있냐."
"아이고 저건 또 실수를 했네(콩콩밥밥. 경수가 계속 실수하는 걸 보면서)"
"예전에 입원했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못 읽겠어." "할머니, 내가 읽어줄까?" "됐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것 같아."
"가서 밥 먹고 와."
"나 때문에 수진이가 고생이 많네." "무슨 고생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옆에 tv 볼 건지 물어봐."
"엄마는? 엄마는 어디 갔어?"
"화장실 가야겠어." "아니야, 할머니. 기저귀 갈아 줄게."
사소한 말이지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할머니의 말 한 마디가 나한테도 소중해졌나보다. 엄마에게는 얼마나 소중할까 생각하면서 병원에 있는 하루가 의미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