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의 시간

by 열음

할머니는 호스피스에 1/8에 입원했고, 일주일 정도 지났다.

호스피스에 입원할 때 입원기간은 딱 2달이라고 했다.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할머니는 신장에서 방광으로 가는 소변 길이 막혀 신장이 부어있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 길을 뚫도록 신장에 직접 관을 꽂아 소변을 배출하기 시작하자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모르핀을 맞을 정도이긴 하지만.


간병인들이 우리 할머니를 보며, 호스피스에 일찍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단다. 다른 환자들보다 평안해보여서일까? 내가 봐도 집에 있던 할머니는 3~4일이면 돌아가실 것 같았는데, 지금은 평안해보인다. 약에 취해 계속 졸려보이기도 한다.


할머니는 깜빡깜빡한다. 눈을 깜빡이는데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보인다. "할머니, 뭐 하고 싶어?"라고 물어봤을 때, 할머니는 "눈 감고 있을래."라고 대답했다. 눈을 뜰 기력조차 없는 것인가. 거의 2주 가까이 먹은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할머니는 가끔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깜빡거리는 것 같다. 눈을 감았다 뜨면 엄마가 와있기도 하고 내가 와서 누워있기도 하고 동생이 와서 말을 걸기도 하니까 헷갈릴 만 하다. 엄마는 어디에 갔냐고, 집에 가야겠다고, 빵을 사왔다고, 깜빡이는 말을 한다.


월요일. 목욕하는 날이었다. 할머니는 몸에 관을 꽂고 있으니 침상에서 닦아준다고 한다. 어떻게 닦였는지 모르겠지만 떡진 머리도 보송보송 해지고, 한결 더 깔끔해진 할머니가 예쁘다. 집에서 목욕 의자에 앉아 목욕했던 시간이 2주 전인데, 벌써 2년 전 같다.


점점 말 수가 적어진다. 말을 시켜도 못 들은 척. 아니면 못 들었을 수도 있지. 먹는 게 없으니 기운이 없으니.. 모든 말에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다행인 건, 맥박도 잘 뛰고, 혈압도 괜찮고, 산소포화도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인가? 우리 입장에선 다행인데 할머니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할머니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다. 어떤 생각일까, 어떤 마음일까, 나라면 어떨까, 수십번을 생각해봐도 할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요즘을 보내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화요일에 머리 잘라주는 봉사단이 온다고 한다. 할머니가 신청해달라고 해서 명단에 할머니 이름을 적었다. 머리가 길지도 않은데 잘라달라는 걸 보면, 일단 사는 동안은 깔끔하게 있고 싶은가보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깔끔함을 위해서 아침마다 양치 시켜주고, 얼굴도 닦아주고, 환기해주고, 할 수 있는 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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