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지 1달.
엄마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잠시 일을 정리하게 되어 할머니의 간병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병원의 보호자 침대에서 자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알기에, 아픈 사람들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면 얼마나 우울한지 알기에, 내내 자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있는 게 얼마나 무료한지 알기에, 시간이 나면 교대를 하기로 했다.
어제는 내가 병원에 가기로 한 날이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이것저것 할 것처럼 짐도 많이 가져갔는데, 이제는 뭐가 필요한지 안다.
양치할 때 필요한 칫솔과 치약. 수건. 병원 베개로는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개인 베개. 모자. 텀블러. 그리고 시간이 날 때 그림 그릴 수 있는 아이패드를 챙기면 병원 갈 준비 끝이다.
근처에 마땅히 밥 먹을 데가 없어서 저녁을 먹고 교대를 한다. 엄마를 데리고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병원에 들어가기도 한다. 병원 입구에서 "이OO 보호자예요."라고 하면 문을 열어준다. 그 문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암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분들이 열 몇분 정도.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보호자와 3교대로 돌아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와 간병인.
할머니는 3인 할머니 병동에서 가장 끝자리에 있다. 창가자리라 겨울에 조금 춥지만, 해가 뜨면 환하게 바깥이 보이는 장점도 있다. 앞에 계시던 할머니는 오늘 아침 임종실로 옮겼다. 혈압이 떨어지며,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리라고 하는 말을 들은 할머니의 아들은 담담해 보였다.
할머니는 상태가 점점 안좋아진다. 남편이 "할머니는 어때?"라고 물어보는 말이 걱정인 걸 알지만, "매일 나빠지기만 하지 뭐."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게 된다. 할머니가 나빠지는 게 살짝 믿기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할머니는 통증이 심해졌다. 이전에는 방광, 콩팥쪽이 부어서 통증이 있었다면 지금은 가슴이 답답한 통증이 강하다. 목으로 넘기는 게 힘들어져 물도 삼키지 못한다. 그러니 입이 바짝 마른다. 입을 다무는 근육도 약해져 입을 벌리고 자게 된다. 그러니 혀가 딱딱해진다. 목으로 넘기지 못하는 만큼 뱉지도 못한다. 양치를 할 때 물을 뱉는 게 힘들어 어린이용 치약과 가글을 샀다. 할머니는 이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목소리를 내뱉을 힘도 없는 것 같다. 내가 "할머니, 많이 아파?"라고 물어보면 고갯짓으로 대답하는 게 전부이다.
엊그제부터는 가래가 끓는지, 밤새 뒤척였다. 뒤척이는 할머니의 소리를 들으며 나도 밤새 뒤척였다.
며칠 전,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콧줄로 산소를 연결했었다. 잠깐 안 좋아졌던건지 금방 뺐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한다.
겨우 한 달.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할머니는 먹지 못하게 되었고, 걷지 못하게 되었고,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아파할 때 할 수 있는 건 손을 잡아 주는 일.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 주사를 놔달라고 하는 일.
가슴이 답답하다며 가슴을 움켜쥐는 할머니의 손을 만지는데, 갈비뼈가 그대로 만져졌다. 그렇게 또 할머니랑 멀어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