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마지막 3일 (1)

by 열음

매일 올라오던 글이 안 올라왔으니 이미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죠.

저희 할머니는 2월에 돌아가셨습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버티며 1년이라는 시간은 허락했으면 했는데

겨우 3개월의 시간이었어요. 이번 일을 겪으며 스스로 오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랑 함께할 날이 많을 거라고 착각했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글을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2월 11일 저녁.

엄마가 이틀 밤을 자고 나는 하룻밤을 자며 할머니 병원 교대를 한다. 할머니는 이제 밥도 먹지 못하고 말도 못 하지만 눈을 맞추며 웃을 수는 있다. "할머니 나 왔어~"인사하니 여름 햇살보다도 더 환하게 웃어주며 나를 반겼다. 하루 지내는데 무슨 짐이 많이 필요한지 세면도구, 베개, 옷을 정리하고 누웠다. 오늘 밤도 길겠지.


어제부터 할머니가 콧줄이 불편한지 손으로 빼려고 한다. 그래서 커다란 장갑을 할머니 손에 씌워두었다. 그걸 끼면 손가락을 쓸 수 없다. 손이 답답한지 어떻게든 장갑을 벗어서 헐렁하게 둔 장갑을 꽉 조였다. 왜인지 그때부턴가 할머니의 시선이 흐려졌다. 이름을 불러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할머니, 거기 뭐가 있어? 뭐가 보여?" 하지만 대답은 없고 시선도 오지 않는다. 간병인에게 할머니 상태를 말씀드리고 잠을 청했다.


2월 12일 오전.

5시간쯤 잤을까? 오전 회진 도는 시간에 깼다. 할머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시선은 허공을 응시하며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손을 덜덜 떨거나 하는 게 심해졌다. 할머니를 부르고 또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아, 이제 할머니가 진짜 가려나보다.


아무래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며 임종실로 옮기자고 했다. 할머니를 편안하게 해주는 약한 안정제를 주고 재운뒤 짐을 옮기기 시작한다. 간호사들은 분주히 임종실을 준비한다. 지금까지 쓰던 생활용품, 세면도구들을 옮기고 냉장고에 있던 음료도 옮기고 짐을 다 옮기며 그 사이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임종실로 옮기고 아무래도 며칠 뒤에 돌아가실 것 같으니 짐 잘 챙겨서 오라고. 남편이 엄마를 태워 병원에 오기로 했다.


침대를 빠르게 옮기고 기계를 가져왔다. 맥박수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준다. 안정제를 맞고 잠이 든 할머니의 모습은 아주 편안해 보여 괜히 안심이 됐다. 할머니, 지금 편안한 거 맞지? 엄마랑 남편이 도착해서 임종실로 들어왔다.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와서는 할머니 손을 붙잡고 오열한다. "엄마 어제 나 갈 때는 괜찮았잖아. 어제 내 눈도 잘 마주쳤잖아. 왜 그래. 벌써 가는 거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남편과 내가 지켜봤다. 병원에서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지면 위험한 거라고 그때 되면 알려달라고 해서 우리는 모두 기계와 할머니 얼굴을 번갈아보며 나름 마음속으로 마지막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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