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다음 침공은 어디 Where to Invade Next, 2015
대학교 사회복지 수업시간 때 교수님이 보여주었던 한 편의 영화, '식코 Sicko, 2007'.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였는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의 충격을 거듭했던 영화로 기억에 남았더랬다.
그리고 뒤늦게 이번 '다음 침공은 어디'란 영화도 마이클 무어 감독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쩐지...이 감독 변함없구나'
침. 공.
영화의 제목 자체로는 굉장히 위협적이다.
핵폭탄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은 제목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유쾌함이 번지고 침략지에서는 되려 그를 환영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식코'와 달리 '다음 침공은 어디'는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다가도 결국 치고빠지기를 잘 보여준 영화이다. 무엇보다 그가 이런 위트까지 겸비한 지식인이란 걸 오늘부로 확실히 깨달았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그의 다음 침공지가 궁금해진다.
그의 '다음 침공은 어디' 일까.
마이클 무어는 외친다.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라고. 그렇다.
이 한마디에서부터 그의 기획의도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펜타곤의 전사가 되어 총성도 석유 약탈도 없이,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한 것. 그래서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직 성조기일 뿐이다.
성조기를 휘날리며 그는 9개국을 침략하기 시작한다. 왜 하필 그 나라들을 택했을까.
지도를 펼쳐보고 땅따먹기하듯 마이클 무어는 다음 침략지를 고심하지만 어찌 보면 그냥 자기 마음대로 인 것 만 같다. 하지만 그가 왜 그곳을 가게 되었는지는 금세 이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 년에 8주 유급휴가와 13번 월급이 보장된 이탈리아,
프렌치 프라이대신 미슐랭 3스타급 학교급식이 나오는 프랑스,
숙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교육수준 세계 1위의 핀란드,
학자금대출을 모르는 대학생들이 사는 무상 대학교육의 슬로베니아,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가르치는 독일,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도와 최저 재범률을 기록한 노르웨이,
여성인권 신장으로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룬 아이슬란드까지.
마이클 무어의 위트는 여기서 드러난다.
그는 지능형 안티로서의 면모를 여실 없이 보여주는데, 안티의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
다른 나라들의 장점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미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단호박 같은 말투로 영화는 굉장히 유쾌하게 표현된다. 특히, 미국의 현실을 교차로 보여주며 미국의 사회문제를 꼬집는 신랄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펜타곤 전사로서 다른 나라들을 침공했고 그 나라의 장점들을 모조리 빼앗아 왔다.
이제 관건은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만 남아있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는 침공의 끝에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의 사회문제를 다루었지만 어쩐지 남 얘기 같지만은 않다.
가져갈 게 없는 나라로 꼽힌 세 나라 중에 한국이 언급되기도 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미국의 사회문제와 우리나라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되려 마이클 무어의 침공 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가 한국의 장점을 빼앗으려 침공해주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기까지 그의 타겟이 되기 위해 우리도 조금 변화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