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조금씩 조금씩 해보는 걸로 !!

by 이순복


요즘엔 '위로'나 '위안' 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기분입니다.


코로나 라는 바이러스가 생기고, 그에 걸맞게 코로나 시국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난 후, 부터 우리는 많이도 위로와 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위로와 위안에 대해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이 위로와 위안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책들을 몇 권 읽었습니다.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조남주 작가의 '귀 기울이면' 과 '귤의 맛' 그 다음에는 김초엽 작가의 ' 지구끝 온실' 과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그리고 마지막은 정세랑 작가의 거의 모든 책들 입니다.

어딜봐서 위의 작가들이 쓴 글이 위로와 위안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결이 달라서 그런 거라고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결은 위의 작가님들 이야기와 탁월히 맞았을 뿐 입니다.


읽으면서 내내 울컥 울컥하면서, 심장이 두근 두근 뛰었다가, 운동화를 신은 발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배어나오는 느낌도 더러 있었습니다.

특히나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은 그것에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등장 시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결국엔 그들을 끝내 응원하면서 "제발" 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목구멍으로 외쳤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저는 또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서점을 하길 잘했구나.


대개 손님들이 오시면, 저는 응대를 끝내고, 차를 내어드리고, 그들이 소근 소근 하는 이야기가 안들린 척 하면서, 책에 시선을 줍니다.


그 날은 어떤 책을 읽을지 미리 정해 오는 날도 있지만, 대개는 그 날 그 날의 날씨와 온도 습도 혹은 분위기에 따라서 읽을 책을 게릴라 처럼 서가에서 뽑아 오거나, 꽂힌 작가님이 계시면 도서관에 무작정 찾아가서 책을 찾아와 읽습니다.


근래엔 소설책을 참 많이도 읽었습니다.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저는 무조건 소설책을 읽으라고 추천을 합니다. 예전에 20대 후반 되는 친구와 인터뷰를 한 적이 기억이 납니다.

그 친구는 사양 사업 중에 하나인, 언제 망할지도 모를, 하지만 로망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서점을 왜 하게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제 막 오픈을 한지 1달 밖에 되지 않은 저의 서점에 와서 인터뷰를 한답시고 당돌하게 묻는 그 친구의 눈빛이 당당하기도 하고, 빛나보이기도 해서 대답했습니다.


어쩌면 위로 받고 싶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저는 실은 살면서 위안과 위로를 많이 받은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여기던 사람 중에 하나 이기도 했습니다.

다 마찬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들이 얽히고 설켜서 실타래 마냥 엉긴 것도 있겠지만, 저는 고장난 사람마냥 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주변만 돌보며 살았습니다.

제가 행복하다거나, 재밌어 하다거나, 또는 즐길수 있는 무언가를 까마득하게 잃고 나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건 내가 원한게 아니었구나.


저는 집에서 큰 딸 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장녀로, 그것도 폭력적인 아버지와 글을 모르는 엄마 그리고 아래로 여동생과 나이차이가 좀 있는 남동생이 있는 진부한 클리셰를 저는 다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님 드라마만 보면 저는 눈물이 나고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가슴팍이 퍽퍽 합니다. 또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를 보면서 환호하고, 내 이름은 김삼순은 보면서 설레는 그런 부류의 한 사람 입니다.


여전히 저는 변함없이 위의 작가님들과 노처녀의 일상에 끼어든 사고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세기가 변하고, 세대가 변하고, 나이 앞 글자의 숫자가 1에서 2로, 그리고 3으로 이제는 4로 바뀔 나이이지만, 취향은 확고하고, 취미는 어쩌다 가져보려다 실패하고, 잘하는 건 유일하게 요리 입니다.


서점을 하기 전 저는 요리를 했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시장 앞에 있는 점집에 가서 점을 봤는데, 제가 칼을 만지고 살거라고 했답니다. 엄마는 그게 의사가 될 거라는 예언이라고 믿었는데... 그 말을 듣고 웃었습니다.

칼은 칼인데, 메스가 아니라 중화칼 이라서.


서점에서도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해보는 이유도, 요리를 했던 경험을 살린 것 도 있지만, 어찌보면 하나의 삶에 집중 되어 있던 저를 자유롭게 풀 수 있는, 해소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이 곳 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서 종종 해봅니다.

이제 오픈 한지 7개월 차 이지만, 서점은 어떤 날은 조용했다가, 또 어떤 날은 시끄러웠다가, 다시 중간 쯤 의 소음을 일으켰다가, 불이 꺼지고, 불이 켜지고, 해가 비추고, 해가 지고, 노래가 들렸다가 사라지는 시간의 반복입니다.


누군가는 겉으로 보이는 이 시간을 보면서 노난 팔자구나 라고 생각 한다는 것도 알지만, 진부한 클리셰를 가졌던 아니 가지고 있는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저를 기억해주세요.


이 이야기는 저와 서점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클리셰를 만드는 과정 중에 하나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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