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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지 Aug 03. 2020

행복의 기준

나는 나대로 행복하다.

 



요즘 가장 자주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행복한가? 그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나대로 행복하다. 내가 정한 시간에 맞춰 일어나 이를 닦고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때가 되면 나를 위한 밥을 차려 음식을 먹는 내 하루가 행복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내 인생에 행복을 느낀다. 글을 쓸 때 행복하고, 그림을 완성할 때 행복하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현상해 핸드폰 배경으로 지정할 때 행복을 느낀다. 지금 내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이렇듯 행복의 기준을 온전히 나로 둔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필카로 찍은 하늘


 하지만 그 기준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으로 향한다면 나의 행복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 남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순간부터 나의 행복은 흔들린다.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고, 충분히 좋은 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만 할 것 같고,  더 좋은 옷과 신발을 사야만 할 것 같고, 더 좋은 직장을 가져야만 할 것 같고, 더 좋은 배경의 남자를 만나야 할 것만 같아진다. 때문에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집, 옷, 신발, 직장 그리고 남자가 행복의 기준이 아닌데 어느 순간 남의 기준이 나의 기준이 되고 나는 그 기준을 향해 쫒아간다. 그리고 돌아보면 마음이 검게 물러 터진 나를 발견한다.





 행복의 기준이 온전히 내가 될 순 없을까? 물론 우리는 여러 사람과 환경에 둘러싸인 존재이기에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안다.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게 인간의 숙명이라는 사실도 잘 안다. 평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이기에 나는 더욱더 그 '기준'에 집착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의 행복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행복의 기준이 '나'가 되어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만약 행복의 기준이 남이 된다면 주변에 사람이 더해질 때마다 나는 남과 나를 비교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불행 속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과 싸워왔다. 행복의 기준이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나는 나와 싸우고 있다. SNS를 끊고, 의식적으로 나에게만 집중하도록 노력했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온전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다. 매번 잘 잘 세워오다가도 남에게서 다른 충격을 받으면 어렵게 세운 나의 기준이 무너지고 만다.


 어떻게 보면 '행복'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하루라도 불행하면 죽을 것 마냥, 습관처럼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도 비교 대상이 있어야 온전한 행복의 뜻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매일매일이 행복하다면 또 그 행복 속에서 덜 행복함을 불행이라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불행도 온전히 나 때문에 오는 불행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기에 너무 깊게 불행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이 같은 딜레마는 내가 왜 그렇게 행복에 집착하는지, 왜 그렇게 '기준'에 집착하는지 다시금 알려준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다시 말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남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굳건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거 하나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나는 나대로 너무 행복하다. 내 삶이 너무 좋고, 하루하루 내가 누리는 모 것들이 행복하다. 이 같은 사실을 더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 나가려면 나는 지금보다도 더 노력해야 한다. 남의 삶을 보더라도 나와 비교하지 않는 태도,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할 줄 아는 생각, 내 삶에 만족할 줄 아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내 행복의 기준이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단단해지는 내가 되는 그날까지 good luck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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