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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Jan 12. 2019

서해

바다는 늘 한결같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서해는 모든 것이 같았다.
에메랄드빛이라고 하기엔 조금 탁한 바다색, 갯벌 특유의 비린내, 선선함을 조금 넘어서, 쌀쌀한 듯한 바닷바람.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은 듯싶다.
이런 한결같음을 찾은 지금의 나는 전혀 한결같지 않다.
항상 같이, 쌀쌀한 듯한 바닷바람을 맞아주는 사람이 이제는 곁에 없다.
 
그 친구는 바다를 좋아했다.
 
어스름한 저녁.

바람에 긴 생머리가 헝클어져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한 겨울 아침에 부는 해풍이 손발을 얼릴 때도,

뜨거운 여름 강렬한 햇빛이 온몸을 적실 때도,

바다를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좋다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내가 지금 굳이 다시 바다를 찾은 건, 그 표정이 그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찬란했던 청춘의 연애를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걸 알려주고, 바꿔준 사람이었다.
함께 했던 순간순간이 한여름 바다의 태양같이 빛났고, 그만큼 뜨거운 젊음의 순간임을 알고 있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의 그 찰나를 기억하고 싶었다.

이 순간이 우리의 청춘이라며, 행복이라며 늘 속삭여주었는데.

그 친구는 알고 있었을까 그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그 친구는 알고 있었을까 그 순간들이 추억이란 말로 불릴 줄을.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은 듯싶다.
우리의 청춘도 한결같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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