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광섭 Jan 12. 2019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여행은 좋은것이죠

염광섭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독후감
20 October 2018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하루키는 하루키인 것 같습니다. 유명한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네요. '유명한 것들'이라고 해서 하루키가 물건이라는 건 아니고요.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엔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두 번이나 들었거든요. 한번은 우리 과외선생님에게, 다른 한 번은 우리 학원 국어 선생님에게.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직접 겪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이럴 때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썩 기대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구성은 크게 2개로 분류하겠습니다. 아! 책의 구성이 아니라 제가 쓰려는 글의 구성을 말하는 거예요.

우선 독자의 시선으로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요. 마치 몇억의 제작비와 수개월의 시간을 들인 "아이언 맨"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처럼요. 이를테면 "음.. 재미있네! 볼만했어" 라고요. 기껏 10,000원이랑 2시간만 들였을 뿐이지만, 소비자로서 으레 던질 수 있는 말이죠.
자. 그런 소비자로서 말하자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 책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10페이지는 채 읽지 않았습니다. 딱 그 정도 남겨두고 네이버를 켰죠. 그러곤 후기를 찾아봤어요. 나만 재미없는 책이었나 하고요. 근데 그랬던 것 같더라고요. 소비자로서의 신랄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딱 영화 "꿈의 제인"을 봤을 때랑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군 시절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선임을 따라 본 인생 첫 독립영화였죠. 참 난해했습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영화 자체는 몰입해서 봤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냥 그거야. 이런 삶이 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영화가 끝나고 찝찝한 제 표정을 봤는지 선임이 넌지시 건넨 말입니다.

그때 그렇게 그러려니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러려니 넘어가야겠네요. 어쩌면 여행기니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당신이 돌아다닌 여행지들을 세세히 묘사해줬으니까요. 그냥 그걸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주 잘 알아들었습니다. 꽤 흥미진진한 여행이었을 것 같군요.


자 이제 갓난아기 관점에서 말해보겠습니다. 이제 막 글쓰기라는 세상으로 다리부터 나오기 시작한 갓난아기 입장에서요. 어쩌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갓난아기가 본 책은 완벽했습니다. 그저 따분할 수도 있는 여행기를 정말 잘 묘사한 것 같아요.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글의 묘사부터 구성까지 완벽했습니다. 찰스강변을 따라 조깅하는 그런 단순한 일을 무려 3장에 걸쳐 묘사했습니다. 하루키가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장난 아닐 것 같네요. '의식의 서랍' 이라던가, '덧없는 일취지몽' 이라던가. 도저히 나로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 묘사들이 많았습니다. 적당히 잘하면 따라 해보기라도 할 텐데. 흉내내기도 힘들 것 같더군요.
구성도 좋았습니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한 문단 한 문단이 매끄럽게 내려갔습니다. 하나의 문단을 다 읽을 때까진 딴생각이 든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단의 마지막마다 있는 어조의 변화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였습니다.", "~이네요"라는 말투는 마치 작가가 직접 속삭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언제쯤 나올까 기대되기도 하더군요. 마치 건빵 속의 별사탕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하나씩 집어먹는 건빵 봉지 속에, 간간히 나오는 달달한 별사탕 같달까요?


읽기에 재미없고, 배우기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서 꼭 공감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네요.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