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리를 해야겠어.'
어느덧 세 달치 월급날. 여전히 작고 소중하기만 한 월급을 조금씩 줄여나가며 쓰고 있는 요즈음.
오랜만에 맛있는 밥 한 끼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외식하는 비용보다 이 비용이 더욱 절감되기도 하고.
요새 느끼는 건데 돈만 있으면 모든지 다 되는 세상이지만 돈이 없어도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면 제법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 뭐, 예전에 비해 적게 버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맛있는 밥 한 끼 만들만한 노력 정도는 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오늘 뭘 사지? 뭘 먹어보지?
조그마한 우리 집 근처 마트를 들릴 때면 뭘 사야 할지 늘 고민이 되곤 한다. 생선? 따뜻할 때 아니면 별로 맛이 없지 참. 고기? 그만 먹어도 되잖아? 음, 오늘은 그럼 일단 오이 고추 된장무침에 바지락을 넣어 맛을 낸 바지락 된장찌개로 화요일 점심 저녁을 책임져보자. 곁들일 음식은 계란말이 정도에 숨죽인 콩나물 무침 정도면 딱 괜찮을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멸치 육수를 내고 오이 고추를 먹기 좋게 썬다. 옛날 같으면 멸치 육수를 볶네 마네 했겠지만 나에겐 육수용 멸치 팩이 있고 다듬은 채소 팩이 있다. 멸치 육수를 내는 동안 믹서기로 마늘을 다져놓고 팩에 담아 냉동고에 얼려놓으면 뚝뚝 떼어 쓰기 좋은 상태가 된다. 마늘을 다 다져놓은 상태에서 육수에 바지락과 채소를 넣고 다진 마늘을 넣으면 보글보글 끓은 된장찌개가 완성되고 어슷 썰기로 썰어 넣은 오이 고추에 된장과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까지 첨가하면 맛있는 오이 고추 된장무침이 완성된다. 간도 제법 딱 괜찮게 됐다. 요리 실력이 더 나아지는 느낌에 어깨가 으쓱거린다.
자취를 한 지 10년이 돼가고 비혼 주의를 외치는 나로서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연구해야 한다. 맛있고 건강한 밥 한 끼를 직접 차려 먹을 줄도 알아야 하고 형광등이 나가면 갈 줄도 알아야 하며 아플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미리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커피를 사 마시는 것도 좋지만 홀빈을 갈아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실 줄도 알아야 하고 늘 새로운 것들, 가령 그것이 기술이든 예술이든 그 모든 것들에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글쎄, 적어도 나의 노년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누군가에겐 이 것이 늙어서 해도 되는 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늙어서도 멋진 할아버지가 되는 게 소원인 나는 적어도 남의 손을 벌리지 않고도 이것저것 다 하며 2030대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후에 2030대에게 손수 된장찌개와 오이 고추 된장무침을 해주며 내가 너희 나이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좀 멋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