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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Feb 04. 2021

역시 전 부품이었군요.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직할 회사가 결정돼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네 뭐 면담하자길래 그럴 줄 알았어요."
 "네, 그래서 2월 중반에 퇴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네 뭐 당장 내일 퇴사해도 상관없는데 염 군님 편하신 대로 하세요."




 퇴사한다 말하고 퇴사 처리까지 딱 3분. 전 회사가 5분이었는데 그것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계약직이라서 그런가, 이렇게까지 일을 시켜놓고 3분 퇴사라니 이건 좀 기분이 나쁘다.


 역시 난 부품이었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매니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조금이라도 있던 걱정은 싹 사라졌다. 알아서 잘하시겠지, 그냥 적당히 일하다 적당히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만 든다. 이렇게 된 거 서류라도 빨리 내자 란 생각에 가기로 한 회사에 원하는 정보와 서류를 바로 메일로 회신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떠나서 지금 행복하냐고? 아니, 그건 아니다. 어차피 가도 일은 하고 스트레스는 받을 것이며 야근과 각종 업무에 시달릴 것이다. 개인의 발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상기한 것 같다. 무엇보다 마케터로서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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