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프로젝트도 이제 10일 남았다. 이 글을 포함해서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90편의 글을 썼다. 그중 한 프로젝트였던 <29살 염군, 퇴사하다.>는 이제 56번째 에피소드를 쓰고 있고 그 와중에 그때마다 다양하고 재미난 글들을 매일매일 써왔다. 그중엔 마음에 드는 글도 있고, '이 글은 누가 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절로 든 글도 있었다. 때로는 이게 왜 내 손에서 탄생했지, 란 글도 있었고 차마 부끄러워서 공개하기도 싫었던 글도 있었다.
나와 같이 글을 쓰는 다른 사람들이 어찌 쓰는지 난 잘 모른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어떤 글을 쓰는지도 찾아본 적 없다. 온전히 나를 위한 글을 썼고 어떻게든 달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90일 동안 정말 짧던 길던 쉼 없이 글을 쓰면서 나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유레카'스러운 발견과 동시에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던 하루하루였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마무리 질 때쯤, 난 내가 취직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딱 퇴사를 기점으로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니 3달 내에는 취직을 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11월엔 어찌어찌하면서 회사 업무를 배웠고 12월엔 면접 자체가 아예 잡히지가 않았으며 1월에는 2차 면접도 보기 전에 서류에서 탈락이 되는 고배를 마셨더랬다. 2021년 1월은 마치 어처구니없이 맞이한 서른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그렇게 그 모든 것을 끝내고 나니 90일이 지나 있었다.
인생의 계획이 늘 그렇게 틀어지듯이 아직 난 내 본 직업인 마케터로서 복귀하지 못했고, 숱하게 서류 합격한 회사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으며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세 달의 시간이 지났다. 서른 살이 되면 인도를 가겠다는 나의 인생 목표는 코로나라는 빅이슈가 엿을 먹였으며 평화롭고 순탄하기를 원했던 나의 인생은 2021년 시작부터 순탄함 없이 끝났다.
역시 (적어도) 나의 인생은 그다지 럭키 하지 않았다. 역시나였다. 이제는 이러한 불운을 즐길 때도 됐는데 그저 덤덤해질 뿐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엿 같아. (웃음)'
타이밍도 웃기지.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며 다시 시작하기로 한 시기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그동안 이 매거진 안에 남겼던 약 50편의 에피소드 안에 다양한 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이 이슈였고 깨달음이었고 그래서 남길 만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있었다는 것. 엿 같은 상황에서 엿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고 그 와중에 즐거움과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글감이 되었다. 다행이다.
에피소드를 진행하면서 달라지는 것도 있었다. 한 때 카드 리볼빙까지 하며 사재 끼던 쇼핑중독 증상이 사라졌고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것. 매일 업무가 종료되면 영화를 보았고 글을 썼으며 어딜 놀러 갈 수 없으니 유튜브를 촬영하며 지내는 요즈음의 생활이 나중이 되면 사라질까 봐 무섭기까지 하다. 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몹시도 궁금한 요즈음이다.
어쨌든, 이제 10편의 에피소드만이 남았다. 그 에피소드 안에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가. 정말 궁금한 요즈음이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