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를 되돌아 보며
2023년이 왔다. 진급부터 이직까지, 유독 남달랐던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가 왔고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12월이 왔다고 생각이 들만큼 31세 인생을 돌이켜보면 '커리어'라는 키워드를 때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한해였다.
2022년 하반기, 나는 다시 패션 마케터로 돌아왔다. 2년 전에 대리를 달았을 땐, 내가 잘 되서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6년차가 되어 다시 단 대리란 직급의 무게가 이제는 좀 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 너무 빨리 다는 것도 좋은 건 아니었다.)
또한 지금 선임의 자리에 있으면서, 지난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했다 보니 그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상급자의 무게를 이해하게 되고, 상급자의 고충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니 나보단 우리 브랜드, 우리 회사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패션 마케터가 다시 되고 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패션'을 해야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노력하고, 그 노력에 의해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건 하면 되는 일이지만 내가 어느 순간 즐기고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더라.
그리고 그간 다녔던 회사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역시나 '브랜드'에서 일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열정있게 일을 했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면서 '열심히' 내지는 '해내는'이 아닌 '잘 하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는 것,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나를 어느 순간 보게 됐을 때, 패션 카테고리에 다시 복귀한 건 잘한 선택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았다.
패션 브랜드 마케터는 정말 모든지 다 해야한다는 걸 지난 회사에서 많이 배웠다. 마케팅 비용이 300만원도 안 되던 회사에서 연에 몇 억을 태우는 회사까지, 다양한 회사를 다니면서 비용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마케팅 플레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 와중에 나는 마케팅에 대한 정의, 시각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유관부서 사이에서 마케터가 리딩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리딩보다는 협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좋은 마케터의 자세였다는 걸, 시니어가 되고 나서 다시 한 번 알게 된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패션은 어렵고 힘들다. 평소보다 1.5~2배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시시각각 들어오는 트렌드와 각종 정보들에 뒤쳐져선 안 됐다. 시각을 넓히고 많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어떤게 좋다더라, 어떤게 대세더라 라는 말들을 듣고 내가 행하는 시간들이 계속 됐다. 다행인 건, 이 모든 것들이 버겁지 않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케팅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날 즐겁게 했고 그 즐거움 속에 내가 좋아하는 카테고리를 찾았고 그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나는 돌고 돌아 온 그 행운을 당분간은 놓칠 생각이 없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케팅을 넌 하는 것 같다고.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고 앞으로도 난 '사람'을 위한 마케팅을 하려 노력할 것이다. 단순히 있어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갑을 열고 소비를 해줄 고객을 놓치는 순간, 마케팅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깐깐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 피플보다도 실질적인 고객에게 다가가는 마케팅을 하자고, 패션 브랜드 마케터가 된 지금도 난 그 모토를 여전히 놓치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