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잠시
2022년 9월, 패션 마케터로 돌아오고 2023년이 흘러 2024년이 되었다.
2년은 참 긴 시간이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다. 나만의 퍼포먼스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많았으며 그 사이 무엇인진 몰라도 많은 것들을 깨닫고 성장하는 순간들이 있었더랬다.
2024년 10월을 끝으로 나는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2년간의 여정을 돌아볼 시간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겠지. 지난 글에서 나는 브랜드에서 일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열정 있게 일을 하는 것 같더라고 적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글을 적고 1년 반동안 내가 좋아하던 글짓기와 나를 표현하고 내 일상을 기록하던 모든 것들은 잊은 채 오롯이 일에 매진하며 살았다.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이 투명화되고 있다는 사실과 일로만 가득 찬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내가 아닌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아닌데, 이렇게 사는 건 내 모습이 아닌데.라고 머릿속의 나는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나는 소주 반 병에도 취하기 싫어 술잔을 내려놓다가 이제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셔대는, 술자리면 좋다고 나가는 사람이 되었고 그 와중에 과로와 탈모에 시달리는 33살의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업무를 정리해 나가며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난 과연 마케팅을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이게 정답이라고 (말은 안 하지만) 자신이 전문가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마케팅의 모호성이라는 기본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야기하는 부분들. 그 속에서 마술사처럼 만들기를 바라는 니즈 속에서, 나는 과연 나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그와 동시에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케팅이 싫어지는 순간이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적어도 국내에서 치중되는 마케팅의 현실 앞에 나는 그동안 숱하게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라는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이 어찌 보면 모든 마케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고민이라는 결론에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마케터는 고객과의 소통 이전에 유관부서와의 소통이 필수인 직업이고 그 소통 속에서 결국은 타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됐던 쉼의 시간 동안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정리와 함께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볼 생각이다. 사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길을 잃은 느낌이 크다. 다시 내 길을 걷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 어찌 됐던 일을 해야 하고 마케터로서 나의 강점이 분명 있을 텐데 모든지 다하는 사람이 마케터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전문성과 함께 내 인생을 투트랙으로 놓고 갈 수 있는 해답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