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절대
좋은 팀장이 될 수 없다.

인정하면 마음이라도 편하다.

by 염군

요새 일을 하면서,

문득문득 '내가 몇 년 정도 일을 했지?'라는 생각과 '내가 팀장을 단지 몇 년이 됐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17년부터 일을 해서 2025년,

현재 9년 차가 된 나지만 내가 팀장이란 직책을 단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는 것.



고백컨대, (친구들조차) 다들 나보고 '염 팀장', '염 팀장'이라지만 난 정말 팀장이 하기 싫고 지금도 하기 싫다. 내가 팀장을 달고 싶다고 한 건 그 직책이 주는 힘이 나의 업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뿐이지 난 아직까지도 팀장이라는 직책이 현시대에 맞는지,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하는 세대가 다수가 되는 시대에 팀장보다는 PM이라는 직함이 더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팀장 직을 약 4년 넘게 하면서도 팀장은 정말 어려운 직책이다. 잘 한다 한들, 회사와 브랜드의 사정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팀을 잘 컨트롤한다 해도 마케팅이란 업의 특성상, 유관부서 내지는 회사의 상황, 그리고 보이는 것을 평가하는 디렉터 내지는 사람의 역할에 따라 우리의 퍼포먼스가 결정 나는 마당에, 나만 잘 한다고 될 거였으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할까? 거기다 팀원들은 어떠한가.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결국 리더와 팔로워가 구분되고, 서로가 책임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은 건 거의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라면 결국 팀원들은 어차피 리더가 책임을 질 것인데 내가 책임질 필요가 있냐,라는 생각을 작게 또는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통일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무엇이 됐던, 우리는 절대 100% 좋은 팀장이 될 수 없다. 특히 이제는 (감히 예상한 건데) 실무 경험과 빠른 두뇌 회전, 그리고 팀원들에게 합리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른바 (내가 모셨던) 꼰대 상사들의 체계 속에서는 올라오는 세대들에게 도태되는 팀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유연한 사고를 한다 한들, 또 다른 변화와 테스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처음 팀장을 달 때, 난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다.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하며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별별 팀장과 팀원들을 만나보면서 나에겐 왜 좋은 사수가 없을까, 나에게 이런 것들을 도움을 주었다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고 내가 팀장이 되면 적어도 내 팀원의 앞길을 막지는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팀장이 되면서 깨달았다. 이건 모두 다 내 욕심이었다는걸. 정말 말도 안 되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더라. 무엇보다 제일 최악이었던 건, 업무를 하는 진심의 척도가 사람마다 다른데 그 진심의 척도를 멋대로 본인이 정하거나 (이런 경우, 본인이 업무를 잘 한다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아니면 그 척도를 함부로 평가하는 기조 (대게는 야근을 해야 한다거나 등)에 따라 나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거나 아님 나 자신이 무너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팀원들은 또 어떠한가. 책임을 지고 일에 대한 진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팀원이면 좋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천운'이 따라야 한다는 걸 난 지난 시절 동안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난 좋은 팀장이 되기를 포기했다. 그냥 내가 팀장이란 직책을 맡았고 팀원을 케어하고 즐거운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며 나 또한 실무를 치는 한 '직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장은 (내 기준에서) 실무에 대한 이해도와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가르쳐 주고 내가 디벨롭이 될 수 있는 사람이지, 나를 억누르고 '넌 못해.' 내지는 '너는 나 따라오려면 멀었어.'와 같은 스탠스는 결국 이 회사가 나를 뽑은 이유 자체를 묻게 되는 현상까지 발생하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난 이게 난 걸 어떡해? 그럼 너네가 팀장을 달게 하지 말던가.'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기껏해야 팀장이지 디렉터 내지는 대표가 아니다. 그리고 팀장이 팀원을 대표하는 리더고 내가 이 회사의 팀장으로 내 커리어를 종결할 거라면 난 이런 스탠스를 취하지 않았을 거라 단언한다. 팀원을 대표하는 팀장은 팀원들의 실무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우리가 하기로 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람이지, 난 너희와 달라 내지는 난 팀장이니까, 와 같은 기조는 (미안하게도) 권위주의적인 사고라 생각하며 앞으로 점점 더 변화되는 시대 속에서 도태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존경받고 잘 하는 팀장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이해하는 척이 아닌 진짜 이해를 하고 이 팀원과 협의를 하고 설득을 시키는, 이른바 본인이 모범이 되는 팀장이 되어야 하기에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더 실무에 대해서 알기 위해 노력하고 강압이 아닌 소통의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노력은 결국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걸 난 지난 시간을 통해 깨달았던 것 같다.


결국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면 우린 언젠가 리더가 될 것이다. 그리고 팀장 직도 결국 경험이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이드도 없고 맞고 틀린 것도 없으며, '이렇게 해야 해'와 같은 건 없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그리는 리더의 모습이 정답이라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팀장이 되고 나서 '내가 편하자고' 하는 스탠스와 기조는 결국 팀원들이 알 수밖에 없고 그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걸 알고 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결국 내가 편하려면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는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리더일수록 더 배움의 자세로 접근하고 경청하고 나의 고집보다 팀원의 니즈와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걸 나는 계속 명심하면서 일을 하곤 한다. 그게 틀릴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내가 리더로서 생각하는 정답이니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이 마케터에게 끼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