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데일리 시말서를 작성하는 오늘.
오류율이 높은 사람들은 따로 '데일리 시말서'를 작성해야 한다. 어제 오늘 데일리 시말서를 작성하고 다시 근무에 투입하는 나.
'에효, 까라면 까야지 뭐.'
어느덧, 11월의 대목,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다. 회사를 다녔다면 블랙 프라이데이 관련한 프로모션과 광고 집행으로 거의 매일 야근을 하며 지내야 했겠지? 작년까지만 해도 '힘든' 한 달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현실이 행복하면서도 은근한 씁쓸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동안 추석 / 설날 / 블랙 프라이데이 등 각가지 공휴일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늘 프로모션을 준비했고 그때마다 00시 세팅, 00시 체크는 늘 일상이었으니까. SNS는 기본적으로 올려야 했으며 휴일에 밥 먹다 말고 타임 세일마다 체크하는 것 또한 늘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였다.
옛날 생각을 하니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만 든다. 왜 그럴까. 왜 그리 힘들었을까. 누군가는 모두 힘든데 왜 너만 자꾸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냐고 하지만... 이내 말을 줄인다.
일을 끝내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몬스터 볼>을 틀었다.
흑진주 '할리 베리'와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으로 더 유명한 빌리 밥 손튼, 그리고 잠깐 나오지만 여전히 임팩트가 강한 히스 레저의 연기까지. 스토리는 살짝 뻔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들과 감정선들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러티샤와 행크가 처한 상황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환경적인 문제들이 눈에 밟힌다. 러티샤도, 행크도 모두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소소한 행복이 그리 큰 것이 아님에도 주변에는 그것이 다 부질없고 쓸모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본인들의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그들의 행복을 '초콜릿 아이스크림' 하나에 녹이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감한다.
행복이란 건 어쩌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비록 나는 월세를 못 내서 집에서 나올 이유도 없고 차가 고장 나서 걸어갈 일도 없으며 자식이 없으니 자식을 잃을 슬픔 또한 느낄 일이 없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저 둘보다 내가 더 불행한 '연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번쯤 돌이켜보게 된다.
그나저나 갑자기 웬 영화 이야기냐고?
매년 1월, 나는 내 다이어리에 '한 달에 1권의 책과 1편의 영화, 전시회 관람'이라는 목표를 늘 적곤 했다. 마케팅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보고 경험하는 건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아쉽게도 코로나 시국으로 전시회는 못 보니 영화랑 책이라도 많이 보자는 주의였는데 그걸 퇴사하고 나서 이루었다는 게 '놀랄' 따름이다.
아무튼, 요새 영화 보는 일이 굉장히 많아진 건 사실이다. 세 가지 색 시리즈부터 난해하다는 온갖 영화들을 보고 있는데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옛날과 다르게 영화를 조금 더 집중하면서 보게 됐다는 것이다. 언제나 늘 일이 먼저 머릿속에 가득 매어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고 온전히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겐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요새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는 조금씩 마음에 드는 '글'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이 풍족해지니 글에도 점점 힘이 실리는 걸까? 아니면 글에 대한 나의 필력이 점차 늘어나는 것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그것은 내가 점점 내 인생의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