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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Dec 06. 2020

와이 우먼 킬 : 그녀들에게서 느끼는 인류애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주의 한 저택에 살았던, 바람피운 남편들에게 복수하는 3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와이 우먼 킬>은 왓챠에 론칭됐을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10편의 에피소드를 쉼 없이 볼만큼 파격적이고 이른바 '막장'소재가 가득한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불륜의 소재를 맛깔나게 버무린 '부부의 세계' 이후에 이른바 '불륜'에 대한 화제성이 높아졌던 때라 <와이 우먼 킬> 또한 그 화제성에 힘입어 2020년 중반기를 뜨겁게 달군 미드 중 하나였다.




 극본을 썼던 마크 체리가 '위기의 주부들' 작가였기 때문에 미국 드라마적인 '막장성'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나 그동안 보았던 미국의 과장된 막장 요소보다 절제된(?)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또한 단순히 막장적인 요소만 이 드라마를 본다면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시대마다의 고증은 물론 시대상을 잘 표현해준 세트장과 의상, 음악 모두가 완벽했고 특히 1980년대 시몬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은 화려함과 글래머러스의 극치였던 80년대를 아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간 파티 씬에 나왔던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은 엄지를 들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1963년 보수적인 미국을 살았던 베스 앤, 1984년 글래머러스한 시대를 살았던 시몬, 그리고 2019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는 테일러까지. 다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표현하면서도 보통 여성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3명의 여성들을 보면서 마치 예전에 영화 <디 아워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던 이 드라마는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면서도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멋진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녀들이 보여준 인류애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각자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세상, 또는 자신의 편견에 맞서는 그들을 보며 나는 저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싶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만들었다는 '지옥'을 맞보게 해 준 자신의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정부와 친구가 된 베스 엔의 상황에서, 자신의 남편이 알고 보니 게이였고 그 남편이 에이즈에 걸린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쳐한 시몬의 상황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가 알고 보니 사기꾼 기질의 사이코패스였고, 어렵게 고친 남편의 약물중독이 다시 시작된 테일러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그녀들을 비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도 그녀들처럼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자. 1960년대 베스 앤이 살았던 미국은 여성의 인권은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시대였고 1980년대 시몬은 비록 백인 상류층에 들어갔지만 그녀 자신이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동양계 미국인)이었고 남편은 심지어 게이였으며 2010년대 테일러는 그나마 그들보다 낫지만 흑인에 폴리아모리다. 살아왔던 시대는 다르지만 이른바 '사회적 약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생존이 급한 사람들에게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치다. 특히 약자일수록 '인류애'를 발휘하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보여준 인류애는 드라마가 끝나도 계속 깊은 여운을 남긴다.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타인을 위해, '옳은 행동'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지, 그 속에서 우린 우리의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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