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12일 차

by 염군



마케팅을 안 한지 1달이 넘어가고 있다.


제일 바쁜 11월의 대목을 지나 12월 연말 세일을 준비하겠지만 그런 것 따위 없다.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는 연말이 언제 또 있었을까 싶다. 다른 마케터들은 이미 제안서와 연말 정산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던데 그에 비하면 굉장히 한가로운 한 달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모든 업무가 '생산성'으로 체크되는 나의 업무 특성상, 내 업무 능력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다. 그냥 '보통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톡톡 튀는 생각들을 계속했던 게 재밌기도 하면서 한 때는 부담으로 다가기도 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들을 보아야 했고 새로운 것을 직접 체험해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더 편해진 느낌이 든다.


재택근무 12일 차, 3주 차가 되면서 '워라벨'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동안 왓챠 플레이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감성'이라는 것이 생긴다는 것. '쉼'이 주는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들에 주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루마다의 일지를 기록하면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저 하루에 집중하고 일이 끝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곤 한다. 어제는 친한 누나가 샵을 개장해서 인생 처음으로 눈썹 리터치를 받기도 했고 밤새 일본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오늘은 공갈잡채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 전과 달라진 건 딱 하나뿐이다.


드디어 나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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