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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Oct 11. 2019

마케터, 그리고 디자이너의 사이에서

마케터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살며 느꼈던 디자인의 견해 차이


 나의 또 다른 메인 잡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간판, 포스터, 로고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카드 뉴스, 현재는 사이트 구축까지 직접 진행하며 웹 디자이너의 영향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마케터지만, 프리랜서로 편집 디자인의 일을 한다는 건 정말 큰 메리트라는 걸 요새 많이 느낀다. 그만큼 실제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프로세스와 고충을 몸소 깨닫고 어쩔 수 없이 '갑과 을'이 되는 와중에 디자이너에게 최상의 결과물을 비교적 빠르게 뽑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마케터와 디자이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괜히 마케팅팀 안에 디자이너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 있는 회사 중 마케팅팀 디자이너를 가진 회사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기본적인 디자이너의 감각을 지녀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고 비주얼이 강조되는 21세기에 마케터가 간단한 디자인까지 해버려야 하는 시대에 마케터들은 살고 있는 듯하다.





출처 : 어라운드 더 코너 SNS 계정


 마케터와 디자이너, 두 가지의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디자이너들이 보는 시각과 마케터가 보는 시각의 차이를 많이 느끼곤 한다. 그리고 마케터가 한 디자인 기획과 디자이너가 한 디자인 기획이 다르다는것 또한 보인다.

 마케터들에게 이미지는 '홍보'의 도구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그 이미지 안에는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명시되어야 한다. 지금 보는 콘텐츠를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흔히들 E-커머스에서 추석 연휴기간 빠지는 매출을 잡기 위해 쿠폰 이슈 등을 통해 극 하강하는 PV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쿠폰 프로모션을 통해 최대 90% 할인 쿠폰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기획했다고 하자. 여기서 키워드는 '추석', '쿠폰', '90%'이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SNS와 기획전 이미지를 생성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 키워드에 부합하게 이미지를 구성해야 하고 노련한 혹은 'Old'한 마케터들이 상사로 있다면 이른바 '촌스러운' 디자인은 콘텐츠의 결정 사항이 아니게 된다.

 디자인적으로 본다면 해당 콘텐츠는 굉장히 촌스러운 디자인이다. 추석을 직관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달 이미지를 사용하였고 구름, 그리고 밤하늘은 전형적이다. 그리고 최대 90% 를 노란색으로 강조함으로써 추석에 최대 90% 세일을 한다를 그야말로 '대놓고' 보여준다. 마케터들은 이 이미지가 보다 많은 고객님들에게 본인의 사이트에서 하는 프로모션을 알리는데 주력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 생각으로 디자이너에게 (혹은 본인이) 만들어달라 요청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로고까지 노출하여 이 프로모션이 본인의 커머스에서 한다는 것을 노출했다. 프로모션, 커머스 홍보, 이미지, 모두 성공적. (물론 마케터의 입장에서)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 이미지는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콘텐츠고 이미지다. 하지만 디자인적인 요소로 본다면 많은 결점이 보이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미 이미지로 추석을 대놓고 보여줬다면 추석 이란 워딩을 조금은 작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쿠폰 이미지 안에 90%를 넣었다면 고객님들은 90% 쿠폰을 준다고 이해하지 않았을까?

 흔히들 마케터가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콘텐츠 안에 '모든' 정보를 넣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마케터들은 본인의 이미지에 만족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쇼핑몰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고객들은 그들이 전하는 정보 이전에 해당 계정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와 '콘텐츠'를 위해 팔로우한다. 이른바 '소비'를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약간의 수고를 더해 팔로우를 건다. 그런데 그러한 피드에서 왠 '전단지'같은 이미지가 보인다면 당연히 고객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출처 : 29CM 인스타그램 계정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미지가 Attractive 하다면 그 이미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 앱부터 키는 게 요즈음의 소비자다. 프로슈머의 증가는 정보화 시대에 당연한 결과가 되어버렸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그들은 글로만 작성하던 블로그에서 내 눈으로 핏을 볼 수 있고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는 유튜브로 넘어갔다. 그러기에 요즈음 시대에, 특히 온라인 내에서 정보성 콘텐츠 내에 워딩은 적어져야만 하고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매력도가 콘텐츠로서 정보의 전달로도 더 좋을 수 있다.

 지금 보는 이미지는 내가 디자인할 때, 또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기획할 때 보는 29CM의 한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에서 보이는 건 딱히 없다. 29CM의 로고도 없고 간결한 워딩, 그리고 정갈한 이미지뿐이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LIKE 수만 400대로 마감했다. 왜일까? 디자인적으로 접근해보면 정답은 쉽다. '힘을 뺏기' 때문이다.

 스프링 시즌오프가 다가왔고 29CM는 미니멀한 SNS 피드 톤 앤 매너를 가지고 있는 만큼 힘을 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콘텐츠를 기획했을 때 맨 스프링과 할인율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크다. 스프링코트와 셔츠류들을 이케아 행거에 가지런히 걸고 사진을 찍었다. 한눈에 봐도 사고 싶은 아이템들을 보여줬고 분명 '판매도가 높았던' 아이템들로 이미지를 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에 정방형으로 사진을 찍고 세피아 톤의 필터를 깔아 조금은 차분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패션에 관심 없는 고객들은 이 아이템이 단순히 예쁜 아이템을 판다라는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 그러기에 이미지 내에는 '맨 스프링 시즌오프'라는 비교적 간결한 워딩에 고딕 스타일의 폰트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만 기입했다. 그리고 자간을 줄여 콤팩트 하지만 한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거기다 마지막 ~70% 는 최대 70%까지 세일한다는 것 또한 잊지 않고 기입했다. 폰트는 FUTURA로 보통 쇼핑몰에서 많이 사용하는 폰트인데, 위 디자인과 어울리는 고딕체를 사용한 후 마감했다.

 자, 해당 이미지를 보고 우리는 29CM에서 맨 스프링 아이템을 70%까지 세일한다는 것을 한눈에, 비교적 간결한 이미지로 알았다.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려운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그러기에 디자인적인 욕심이 강한 디자이너 들일 수록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 때 힘을 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마케터들에게 힘을 뺀 콘텐츠는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는' 이미지가 되어버리게 된다.




출처 : 위즈위드


 만약 당신이 콘텐츠, 기획전 등을 기획해야 하는 마케터라면 '힘'을 빼고도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좋다. 전 회사에서 상시 이벤트까지 약 80건 이상의 프로모션을 기획하며 기획전 이미지와 콘텐츠, 자그마한 배너 이미지까지 생각해야 했던 내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제일 먼저 키워드로 접근한다. 키워드를 통해 카피가 나오고 대략적인 이미지를 구상한다.

 내가 진행했던 기획전 중 키워드로 접근했던 사례가 '평생회원 전환 기획전'이었다. 당시 평생회원 고객을 늘려야 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해야 했는데 평생회원이란 워딩을 기획전에 어떻게 녹일까 생각을 했었다. FOREVER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HAPPY FOREVER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며 'HAPPY FOREVER' 기획전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평생 위즈위드와 함께 하실 거죠?라는 워딩으로 풀어낸 이후 '평생고객 약속'이라는 단어로 전환 신청이 아닌 '약속' 이란 워딩과 쿠폰 전원 증정이란 워딩을 크게 녹여내어 평생회원 하면 쿠폰 증정이라는 연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출처 : 위즈위드


 이후 간단한 방법 제시 및 하단에 이동 링크를 삽입해 바로 이동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여 실제 1천 명 이상의 고객들의 반응도를 이끌어냈던 기획전이었다. 디자인에 힘을 뺄수록 정보는 명확해지고 핵심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디자인과 마케팅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콘텐츠 또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적절한 행간 / 자간, 크게 3가지 이상 사용되지 않는 컬러 선택, 그리고 적절한 폰트 사용이 뒷받침된다면 고객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케터에게 디자인, 디자이너에게 마케팅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견해에 대해 초점을 알고 거기서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분명 마케터와 디자이너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는 본인이 집행하고 있는 매체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어떠한 콘텐츠, 이미지가 반응이 좋았는지를 확인한 후 다양한 레퍼런스를 토대로 이미지를 기획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디자이너는 마케터가 중요시 여기는 포커스 키워드를 어떻게 녹일지 고민하는 것부터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무엇보다, 효율은 없는데 이것저것 들어간 이미지는 서로의 야근만 부추길 뿐이다. 효율 없는 콘텐츠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마케터에게 휘둘리는 디자이너들을 참 많이 봤고 디자인에 D자도 모르면서 마케팅적으로 중요한 것만 고집하며 나아가는 마케터 또한 많이 봐왔다. 그러면 그럴수록 개인의 삶도 일의 효율도 콘텐츠의 반응도 모두 하락하며 마감할 것이다. 멋진 콘텐츠를 만드는 가장 첫 번째 비결은 '힘을 뺀다는 것'을 많은 마케터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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