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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Oct 17. 2019

누끼가 주는 큰 힘

때론 직관이 답이다.

“이번 컨텐츠는 누끼 이미지를 사용해서 제작해주세요.”     


 마케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단어, 누끼. 사실 누끼라는 단어는 일본어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순화된 언어보다 자연스레 업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흰 배경에 아이템을 가위 오리듯 깔끔하게 잘라서 만든 이미지를 보통 누끼 이미지라고 하는데 일단 마케터가 누끼라는 용어를 안다면 디자인이라는 세계에 발 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고? 누끼 이미지라는 것 자체를 마케터가 아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다.     

 보통 누끼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썸네일 이미지, 컨텐츠, 기획전 등 고객들에게 상품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이자 상품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누끼 이미지를 ‘촌스러운’ 이미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컨텐츠 속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상품을 함께 녹여야 한다면, ‘디자인적인’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누끼 이미지가 정말 그야말로 ‘나를 사주세요.’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출처 : 커버낫 인스타그램

       

 하지만, 나는 오늘 ‘누끼’ 이미지가 주는 큰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어쩌면 누끼 이미지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누끼 이미지가 가진 힘을 믿는 편이다.

 지금 보는 브랜드의 피드를 살펴보자. 이 브랜드는 SNS 피드를 누끼 이미지로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누끼 이미지를 계속 사용한다. 특히 C 브랜드에서 런칭한 리버시블 아이템은 M 커머스에서 대박이 났다. 그들은 모델들에게 입힌 룩북을 강조하지 않았다. 지금 보는 아이템의 경우, 그들은 속에 있는 안감도 보여주고 각 아이템들의 특징을 다 보여 주면서 리버시블 플리스라는 워딩만 적어 아이템의 특성과 이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컨텐츠는 모델이 착장한 룩북 이미지보다 약 200개 높은 LIKE를 받으며 마감했다.

 그들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특히 마케터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C브랜드는 누끼 이미지를 촬영하고 가공할 때 제품의 특징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소재감, 텍스쳐, 코디까지... 누끼 이미지가 주는 심플함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더 나아가 그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게’ 만든다. 결국 누끼 이미지가 판매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정보를 다 담은 컨텐츠는 촌스럽다. 지난 글에서 나는 마케터가 디자인에서 가장 크게 하는 실수를 컨텐츠 내에 모든 정보를 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때로는 직관이 답일 수 있다. 직관적인 이미지야 말로 정보를 전달하기 아주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보를 어떻게 녹이는지에 대한 방법에서 차이를 두어야 한다. 누끼와 같이 직관적으로 정보를 주는 이미지일수록 더더욱 심플한 디테일이 필수다. 이미지가 잘 보일 수 있는 백그라운드 컬러부터, 이미지 내 워딩의 유무 등 들어가야 할 디테일은 감소해야 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이미지가 줄 수 있는 정보들에 집중하여 촬영과 보정을 해야 한다.

 만약 패딩 아이템을 누끼 이미지를 활용한 컨텐츠로 구성하고 싶다면 패딩 내 들어가는 충전재와 컬러, 소재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며 화장품 브랜드 컨텐츠를 만든다면 그 무엇보다 깨끗한 이미지로 보정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누끼 이미지가 주는 직관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이 아이템에 어떠한 정보를 얻고 싶은지, 그 키워드에 주목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키워드를 얻기 위해선 타깃 분석 및 매체에 대한 반응도 분석, 컨텐츠 별 분석 등이 필요하며 그 키워드를 토대로 컨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우선이다.              


출처 : 메종키츠네 인스타그램


 그래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내가 열과 성의를 다해 만들고 넣고 다듬은 그래픽 디자인이 깔끔한 누끼 이미지보다 반응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직관이 주는 이미지의 힘을 인정하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케터는 단순히 누끼 이미지를 활용하기보다는 분석을 토대로 누끼 이미지가 담아야 할 코어 키워드를 토대로 촬영, 보정하여 이미지를 구성해보아야 한다. 이후 누끼 이미지를 활용한 그래픽 디렉팅이 들어간다면 그래픽의 퀄리티와 마케팅에서 중요한 정보의 전달,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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