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를 아시나요
내돈내산 구독하고 있는 잡지가 있다. 보통 무료 매거진(뉴닉, 공감인, 까탈로그 등)을 이메일 레터로 받아보는 편인데, 이 잡지는 직접 현금을 주고 구매하고 있다. 바로 빅이슈라는 잡지다.
빅이슈는 영국 런던 거리에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 Homeless(거리 노숙/비적정 거주민 등의 주거 취약 계층) 수가 증가함에 따라 홈리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에 창간되었는데, 매년 100여 명의 홈리스가 스스로 자립하고자 '빅이슈 판매원' 일거리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주거취약계층분들을 "빅이슈 판매원" 줄여서 "빅판"이라고 부르는데, 한 달에 두 번 발행되고 있다. 내용은 사회적 이슈, 인터뷰, 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으며 매 호마다 커버를 장식하는 가수, 배우 등 유명인들의 인터뷰는 모두 재능 기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판매처(서울, 부산)는 지하철역 앞인데, 그곳에 가면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들고 있는 빅판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빅이슈에서도 되도록 오프라인 구매를 권장하는 것은 7,000원의 판매대금 중 절반인 3,500원이 빅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립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적인 지원보다는 직접 잡지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빅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즉, 빅이슈 판매를 통해 자립을 경험하고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잡지가 다소 투박하고, 촌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거기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대면하는 상황 자체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올여름은 유독 덥고, 습한 데다 비까지 오락가락 내리는 바람에 빅판들에게도 더 고된 여름이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빨간색 조끼를 입고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라고 외치는 그분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지갑에 고이 접어두었던 현금을 꺼내 잡지를 구입한다. 행여나 넣어갈 가방이 없을까 나의 가방 여부를 살피는 그분의 마음에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지어본다.
직접 구매해서 읽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우리 회사와 이곳이 제휴가 되어있어 회사 라운지 책장에 가면 매달 2권씩 신간이 들어와 있었는데, 읽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본부에서 빅이슈를 읽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더 이상 관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내가 주로 가는 곳은 종각역 5번 출구에 있는 김훈재 판매원이 있는 곳이다. 그분의 인터뷰 기사도 봤는데, 빅이슈가 자신에게 살아갈 힘이 된다는 그분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가끔 영풍문고를 갈 일이 있을 때면 잡지를 사지 않아도 그분을 지나치곤 하는데, 사람들이 길에 버리고 간 휴지를 가만히 주워 모으고 계신 모습에 울컥했던 기억도 있다. 한동안 장맛비로 날씨가 엉망이었는데, 어제부터는 좀 잠잠해진 것 같아 오랜만에 종각역 5번 출구를 찾았다. 익숙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는 김훈재 판매원의 모습이 신호등 너머로 보였다. 거리가 좁혀지면서 그와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 때마침 어제가 신간이 나온 날이라는 것은 그분의 소개를 통해 알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해 어제 구입한 빅이슈 281호를 읽었다. 이 달의 인터뷰 주인공은 요즘 한참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 역을 맡고 있는 주종혁님이었다. 드라마 속 얄미운 이미지와 달리 그의 유쾌하고 장난기가 가득한 인터뷰 내용을 읽으며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