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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마치 어린아이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by 내민해

참 어려운 질문이다.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나조차도 좋은 글을 쓰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어떻게, 왜 좋아하는지를 누군가가 질문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매끄럽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법이니까. 마치 이것은 연인에 대한 질문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너는 저 사람을 왜 만나?', '너는 저 사람의 어디가 좋아?'라는 근본적인 질문처럼, 너는 글쓰기가 왜 좋아? 어떤 글이 좋아? 어떻게 쓰고 싶어? 언제부터 글쓰기가 좋았어? 등의 질문들은 좋아서 계속해왔던 것인데, 새삼스레 그 이유를 찾아가야만 하는 과정이기에 어렵다. 이건 마치 감정 일기를 쓰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내가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 슬픈 건지 나도 잘 모르는 내 감정들이 부유할 때, 택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단발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 그것이 상대방에게 해가 되든 말든 그저 내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감정 일기는 어렵다. 정확한 감정의 이유를 찾아 나의 감정 그 자체를 인정하고 도닥여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이 점점 익숙해져 간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은 앞으로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기류에 따라 다양한 글쓰기 작법서들도 끊임없이 출판되고 있다. 여러 작법서들을 읽으면서 느낀 공통점 중 하나는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책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글을 잘 써보기 위함이고, 글을 잘 쓰고자 함의 최종 목표가 출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읽히는 글도 좋지만, 그 전제를 조금 달리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친절한 글이다.

읽히는 글이 아니라, 읽고 싶은 글이 아니라, 애초부터 친절한 글 말이다.

1989년 캐머러, 로웬스타인, 웨버 등 3인의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을 의미한다. 이건 마치 내게 좋은 것은 너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과도 비슷한데, 이 과정에서 친절하지 못한 행동들이 나올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와 오빠를 보자면 오빠는 어릴 때부터 반에서 1, 2등은 당연했고, 전교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었다. 독하게 공부했던 만큼 원하는 대학과 직장도 어렵지 않게 잘 들어갔고 말이다. 반면에 나는 평범한 중위권을 유지하는 아이였다.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 적당하고, 애매한 선에 놓여있는 게 나였다. 그 와중에 수학을 좋아했던 나는 늘 수학 1등급을 받았던 오빠에게 모르는 문제를 종종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참 불친절했다. 태도가 불친절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빠는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자신의 수준에서 논리적으로 설명을 이어가는데, 이게 참... 열심히는 설명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이게 바로 지식의 저주의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그런 선생님들이 있지 않은가. 본인이 아는 것은 굉장히 많고 수재인 것은 확실한데, 가르치는 능력은 꽝인 선생님들 말이다.


네이버의 브랜드 기획 담당자인 김도영 작가는 자신의 저서에서 글쓰기에서는 호흡이 참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간혹 정말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도 쉽고 매끄럽게 잘 풀어내는 작가들이 있는데, 이것은 흡사 손질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너무도 알맞은 온도와 굽기로 요리해 내는 느낌과 같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도 이와 비슷하다. 솔직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자신만 아는 이야기라는 전제를 갖고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쓰되,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지 않고, 그 맥이 하나의 결로 모이는 친절한 글 말이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느낌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좋은 글을 쓰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다면 글쎄...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고 밖에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내 글은 어떤 주제가 됐든 쓰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져서 문제니까 말이다. 뭐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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