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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형 인간인가 새벽형 인간인가

나의 일상 지킴이

by 내민해

내가 애정하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 두 가지 중 오늘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흔히 직장인들의 오랜 고충 중 하나가 아침 기상이라던데, 이제 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말을 공감하지는 못한다. 나는 보통 아침에 눈을 뜨면 기분이 좋다. 아침이 기다려진다고 해야 하나. 잠자리에 들 때도 늘 생각한다. '아 빨리 푹 자고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고 말이다.


기상시간은 늘 일정한 편인데 보통은 5시다. 심지어 주말에도 이 시간이면 이미 눈이 떠져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그 시간이 더 빨라져 4시 30분이 되기도 한다. 그 이른 시간에 눈을 떠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나는 그저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허겁지겁 일어나 씻고, 밥 먹고, 옷 입고, 다다다다 출근하면 그 하루가 전반적으로 정신없이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그냥 머리가 소란스러워진다. 반면에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가만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느릿느릿 하루를 시작하면 전반적으로 하루가 평화롭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태생적으로 재촉당하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차라리 하루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천천히 여유롭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차곡차곡 채워진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이완시킨다. 먹은 것은 그때그때 치우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화장실로 향해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친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가만히 생각하면서 화장을 하고, 미리 골라둔 옷을 입으면서 청결함을 확인하고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출퇴근길에 읽을 책을 신중하게 고른 뒤 가방에 넣고 직접 만든 향수를 내 몸에 입히듯 뿌리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나의 아침 산책이 시작된다. 보통 겨울에는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서 산책을 하는데, 여름에는 해가 빨리 뜨기 때문에 그 시간에 걸으면 이미 덥다. 그래서 집을 나서는 시간부터 30~40분, 많게는 1시간가량을 걸으며 그날의 아침 공기를 마신다. 요즘 같이 늦여름, 초가을에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걷는 것 자체만으로 힐링이라 하루를 더욱 산뜻하게 시작한다.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루틴을 나는 꽤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


TV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김교석 작가의 <아무튼, 계속>에서 저자는 항상성 높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루틴이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루틴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고 가꾸겠다는 다짐이다. 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유혹에 노출되고 휩쓸린다. 바빠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실연을 해서, 기분 좋은 일이 생겨서, 심지어 배고파서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루틴은 일종의 일상 지킴이랄까, 온갖 사정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빚어내는 예외의 유혹이 피어날 틈을 주지 않는 터프한 보안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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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일정한 박자로 유지해나가는 나만의 아침 루틴.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나만의 루틴은 삶의 안정감과 항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소중한 일상 지킴이가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부지런한 습관들을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라고 말하는 모 작가의 말처럼, 이건 그저 이 시간대의 활동을 내가 좋아하는 것뿐이다. 취향의 차이일 뿐이지 흔히들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의 일관된 주장과는 다른 결이라는 뜻이다. 나에게는 그저 이 시간이 가장 좋을 뿐이다.


나는 일정이 있는 날에도, 일정이 없는 날에도 아침을 시작하는 순간이 늘 설렌다. 오늘도 출근하기에 앞서 1시간 정도 동네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요즘은 가을로 막 접어들기 시작한 바람의 냄새와 선선함이 좋아 걷는 순간 그 자체가 행복이다. 아니 어쩌면 내일부터 시작될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더 설렜는지도 모른다. 마치 금요일 같은 목요일의 시작을 이 글과 함께 상쾌하게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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