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석 작가의 산문집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리뷰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돈 대신 사람들과 사연이 투박하게 쌓여가는 이 공유서재의 이름은 '첫서재'다. 세상 모든 처음이 시작되거나 기억되는 곳, 저마다의 서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쌓여가는 공간으로 숙성하고픈 마음이 세 글자에 담겨 있다. 어디에서도 다독여주지 않는 어른의 서투름을 보듬는 공간이 지구에 하나쯤은 필요할 테니까.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남형석
그 모르는 분들, 모르지만 모르지 않기도 한 분들을 하나하나 초대하고픈 공간이 오늘부터 문을 엽니다.
꿈꿔왔던 공간에서 제가 머물 수 있는 기간은 단 스무 달이에요. 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저 아닌 누군가에게 관리나 운영을 부탁드려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고작 스무 달 운영하려고 이토록 과하게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였다는 게 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것조차 특권이고 행복이라 믿어요. 바보 같아 볼 기회가 있다는 게, 단 스무 달이라도 꿈꾸던 공간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게 어딘가요.
정성껏 무언가를 대하는 날들이 늘면서 어린 시절에나 발동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난 것도 뜻밖의 수확이다. 설렘이라는 감각이 그렇다. 어릴 적엔 쓸모없는 일에도 쉽게 설렜더랬다. 시간을 배분할 때 미래의 유용성까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쓸모 '있는' 일에만 선택적으로 설렜던 것 같다. 기다림이라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기다림은 처리되어야 할 일을 처리하지 못해 찝찝한 기분으로 남거나 그저 시간 낭비로 여길 뿐이었다. 대개는 '기약 있는' 기다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이 잦다보니 기다림이란 감정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앞마당의 꽃이 언제 필지 알 수 없기에 바라보는 마음이 느긋하고 학교 다녀온 아이가 뒤이어 갈 학원이 없기에 천천히 놀다와도 걱정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