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같은 질환을 앓더라도 고통은 다르게 겪는 것처럼, 같은 중독 물질이 주어졌다고 해서 모두가 거기에 중독되거나 같은 정도로 중독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같은 중독 물질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도우리
지난 주말 모두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도우리 작가의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라는 북토크를 다녀왔다. 갓생, 데이트 앱, 방꾸미기, 중고 거래, 사주 풀이 등 지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중독'문화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중독에 가려진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가 보자는 소개 글에 신청 버튼을 눌렀다. 참여 대상은 '일상의 중독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누구나'였다. 북토크에 참여하기 전에 책을 빌려 읽었다. 이미 중독되었음에도 중독인지 알지 못하는 것들과 스스로가 중독되었음을 알면서도 끊어낼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작가는 통찰력 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 책은 '프로 중독러'인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투사" 하여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라고 소개되어 있다.
옛날만 해도 중독이라 일컬어지는 대상들은 대체로 단순했다. 술, 담배, 게임, 도박 등이 대표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가짓수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다. 기술이 점점 발전해 가면서 우리는 일상의 편리함을 얻었지만, 그만큼 더 단순해져가고 있다. 도파민에 취해 더욱더 강한 맛을 원하는 뇌구조가 되어가는 중이다. 나는 그게 무서워 어떤 것 하나에도 중독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적정선을 유지하기란 늘 어려웠음에도 말이다.
담배는 이제 완전히 끊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중독으로 넘어가려던 찰나의 순간을 잘 붙잡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작과 동시에 끝을 보고 싶었던 나는 연한 담배를 시작으로 가장 독한 담배에 정착했고, 연달아 피웠고, 중독되려고 작정을 한 사람처럼 파고들었다. 아직도 가끔은 생각이 나지만, 애초에 중독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행위니까 변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게 결국 나에게도, 담배를 시작한 계기가 된 그 사람에게도 해가 된다는 걸 깨닫고 과감히 멈췄다. 브레이크 없이 위태롭게 달리던 자동차의 엔진이 비로소 꺼져버린 느낌이었다.
그 한 달의 경험을 통해 궁금한 게 생겼다.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고, 그 과정에 때마침 도우리 작가의 북토크를 알게 되어 참석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게 순리대로 착착 진행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막상 북토크에서는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하기 어려웠다. '최근 일상 속 중독 문화 구체적으로 발견하기', '중독 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 토의하기'라는 두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한 심도 있는 대화를 기대했건만, 강연처럼 마무리되어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작가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의를 해주셨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북토크를 이곳저곳 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북토크도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친절한 곳과 불친절한 곳(왜 본인 책을 읽지 않았냐며 계속 추궁하는 저자도 있다)이 있는데, 이번 북토크는 전자에 해당했다.
해소되지 않은 나의 욕심을 이 브런치를 통해 채울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하고 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인터뷰였다.
"당신은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요?"
이 질문을 갖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었다. 사실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여러 주제 말고, '담배'라는 키워드로 질문하고 싶었다. 한 달 동안 담배와의 강렬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문득 궁금했다. 오랫동안 흡연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말이다. 무례하면 무례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을 고심했고, 그 첫 번째로 나의 연인이 실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질문지도 없었고, 이것저것 두서없이 물어보긴 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어느새 중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와 담배의 깊은 인연을 말이다.
우리 회사에도 흡연자가 많다. 흡연 구역이 따로 있어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도 알고 있다. 고민이 깊어진다.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 인터뷰에 응해주실 생각이 있나요?"하고 말이다. 물론 설문지를 만들고 익명의 누군가를 모집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흡연하는 사람들을 모집합니다'라는 투박한 문구라도, 일단은 만들어볼까 싶다가 괜히 또 겁이 났다. 일단 나는 여자고, 아무래도 흡연자에 대한 편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를테면 뭔가 거칠 것 같고, 바닥에 침을 뱉을 것 같고, 불량할 것 같은 이미지들 말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일단 나의 연인은 좋은 사람이고, 우리 회사만 해도 담배와 불량함을 연결 지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 또한 담배를 피우면서 비흡연자일 당시, 흡연자의 싫었던 모습들을 답습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었다. 너무도 당연한데 너무도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는 여러 가지 행동들 말이다. 이를테면 흡연 장소에서만 담배 피우기, 바닥에 침 뱉지 않기, 내가 피운 담배는 잘 갖고 가 쓰레기통에 버리기, 길을 걸어가면서 피우지 않기, 흡연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씻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지 않기 등 말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까?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질문할까, 하나의 키워드를 갖고 해당되는 사람들에게만 질문할까? 그것도 아니면, 여러 사례를 모아 통계를 내볼까, 그것도 아니면, 아니면... 여전히 이것저것 아이디어만 둥둥 떠다니는데, 이 공간을 빌려 한 걸음 용기를 내보았다. 우선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우선 이 질문지는 통계를 내기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담배와 나'라는 주제만 갖고 질문이 시작됩니다.
혹시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 프로필 상단에 '제안하기' 버튼을 누르고, '기타' 항목을 체크하신 뒤, '제안 내용'에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시면 해당 이메일 주소로 질문지를 보내드립니다. 질문의 답변 내용은 추후 사연이 되어 연재될 수 있으니 이름은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부탁드려요. 질문지를 취합해 담배와 관련된 글(아직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는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을 쓰고, 글이 완성되면 알려주신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시범 운영이고, 자유롭게 기고한다 생각해 주세요. 다양한 분들의 목소리를 원하지만 단 한 통의 메일도 도착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시도하려 합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