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똑똑똑똑똑!

액자는 내일 걸어요 제발

by 내민해

습관처럼 하루의 마무리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한껏 이완시킨다.

뭉친 근육을 편안하게 풀어주면서 오늘 하루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던 모든 잡생각을 내려놓고 매트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좋아. 지금 이 상태면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 수 있겠어' 라는 나의 꿈같은 행복도 잠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으니...


'똑똑똑'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비집고 들어오는 이 불청객 같은 소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에이, 잘못 들은 거겠지. 시간이...'

고개를 돌려 책장 위에 탁상시계를 보니 밤 12시다. 이 시간이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타인의 집을 함부로 방문할 시간은 아니다. 암 그렇고 말고. 택배기사님들도 이 시간까지 배달 물품을 집 앞에 놓고 가시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요즘은 물건이 도착해도 따로 벨을 누르지 않고, 카톡이나 문자로 운송장 번호만 전달해주시니까.


내 귀를 의심하며 다시 흘러나오는 음악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또다시 들려오는 아까와 비슷한 소리.


똑똑똑!

똑똑똑똑똑똑!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자동 기립!

현관문을 노려보았다. 후추 스프레이가 어디 있더라. 핸드폰을 부여잡고 가만히 경찰청 어플을 켜고 계속 현관문을 노려보았다.

근데 잠깐만. 현관은 철인데, 이건 마치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 같은데?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같은 소리.

현관문을 노려보고 있던 내 눈이 자연스레 벽으로 향했다. 이건 누군가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라 옆 집의 못질 소리였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려다가 허탈해져서 다리도 풀려버렸다.

그 자리에 가만히 주저앉아 이번에는 현관이 아닌 벽을 노려보며 한동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역시 못을 박는 소리가 맞다. 최근에는 소음 발생이 다양화되면서 층간소음을 넘어 벽간 소음에 대한 고충도 만만치 않다던데, 맙소사다 정말.




주거문화개선연구소 대표이자 국내 최초 층간소음 전문가인 차상곤 작가는 자신의 저서인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에서 층간소음 문제는 수많은 언론에서 보도됐지만, 벽간 소음이 이슈화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벽간 소음은 오피스텔이나 복도식 아파트, 원룸, 빌라 등 벽과 벽 사이가 길게 늘어진 곳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층간소음을 피해 하루라도 편히 자려고 비싼 돈 주고 호텔에 투숙했더니 벽간 소음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사람의 웃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략)
대부분 소리와 진동이 전달되는 층간소음과 달리 벽간 소음은 사람의 말소리나 변기 물 내리는 소리, 휴대폰 진동 소리, TV 소리 등 생활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마치 옆집과 함께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렇다 보니 체감상 층간소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층간소음보다 덜 이슈화되어 그렇지 고통은 층간소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깊이 알면 알수록 이제 층간소음의 문제는 위아래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옆집도, 대각선 집도 소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사는 곳도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울림소리가 벽을 타고 올라오거나 옆집의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곤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른 아침에 다른 집 모닝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기도 할 정도니 말 다했지 뭐.


그건 그렇고, 사람이 집에 있다 보면 물건이 고장 나서 못을 박아 고쳐야 할 일도 있고, 벽에 뭘 걸고 싶어서 못을 박을 수도 있고. 그래 그럴 수 있지. 근데 적어도 이 시간은 아니지 않나?

도대체가 이건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시차 적응을 덜 한 건지. 당최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하기사 누군가 불청객이 찾아온 거라면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벨을 눌렀겠지.

늦은 밤 경쾌한 박자로 일정하게 울려 퍼지던 못 박는 소리는 약 20분간을 지속하더니 이내 잠잠해지며 소리를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