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제의 그 일을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살면서 누군가 살고자 하는 절규를 이토록 생생하게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한참 자고 있는데, 또 여자 1호의 비명이 들렸다. 기쁨의 비명이 아닌,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었다.
나는 익숙하다는 듯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하며 1시간을 더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을 청했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려주세요! 112에 신고해 주세요!
그녀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을 10번이 넘게 반복했다. 단순히 화가 나서 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정말 살고자 내지르는 비명과 절규였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뒤이어 이어지는 둔탁한 소리들에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고 경찰청 앱을 켰다. 몇 초 동안의 짧은 순간 신고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며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진정시켰다. 잠깐의 정적이 이어지더니 다시 그녀가 살려달라고, 112에 신고해달라고 정말 미친 사람처럼, 앵무새처럼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평소 지속적인 층간 소음으로 나의 평온한 삶에 생채기를 냈던 그녀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여자로서 그녀에게 너무 미안해서 숨죽여 울었다.
혼자 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괜한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타인의 살려달라는 외침에도 신고조차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고, 화가 났다.
결국 그 소리는 서서히 잦아들더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그녀는 거의 30분가량을 살려달라고 절규했고, 아무도 그것에 응답하지 않았다. 경찰이 오는 소리도, 누군가가 그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이웃들은 사건 속의 방관자일 뿐이었고, 나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새벽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표정도 없이 그 자리에 멍하니 누워 그녀의 안위를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