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의 적당한 볼륨은 어느 정도일까

차라리 알려주세요

by 내민해

늦은 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는 시간은 나의 행복도를 올려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간혹 이웃들의 소음으로 고통받기도 하지만, 적당한 볼륨의 뉴에이지는 그 소음들이 묻힐 수 있게 도와주는 나만의 BGM이 되어주곤 한다.


하지만 어제는 좀 달랐다.

평소처럼 늦은 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는데 귀에 콕콕 박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집과 윗집 혹은 아랫집 중 손님이 찾아온 집이 있나 보다 저러다 말겠지 싶어 그냥 잠자코 내 할 일에 다시 몰입하려 하는데, 그 소음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거기다 또 특이한 점은 그 소음이 일정한 악센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통통 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결국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듣고 있던 음악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있어봤는데 그 소리의 출처는 옆집인 것 같았다. 오피스텔 구조상 겨울에는 특히 소음이 더 잘 들리는데, 창문을 열지 못하다 보니 방안의 소리가 울려서 조금만 소리를 내도 그 소리가 다른 집에도 울려 퍼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서 옆집과 나란히 한 벽에 가만히 귀를 대보았는데, 역시 옆집이 맞았던 것인지 그 통통 튀는 목소리의 원인을 알아버렸다.


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세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그 특유의 억양들이 영어회화를 연습하는 남녀의 방송을 틀어놓은 것 같았고, 옆집의 주인은 그 방송을 들으며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오래전 살았던 커플의 잦은 싸움에 타인들의 거친 목소리만 들어도 움찔움찔 놀라곤 했는데, 옆집이 내는 소음은 단순한 음량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역시 원인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다만 그 혹은 그녀에게 이것을 말해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또다시 올라왔다. 종종 오피스텔에서는 밤늦은 시간에 오디오 볼륨을 너무 크게 틀거나 방 안에서 지나치게 뛰거나하면 관리실에서 방송이 나온다. '조용히 해달라는 민원이 몇 층에서 들려오고 있다. 조용히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이다. 한 번도 우리 층이 거론된 적은 없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건물 구조상 소리가 울려서 어쩔 수 없이 들리는 것 같은데, 내 방에서 볼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웃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아니 그것을 고려하고 있기는 할까. '오피스텔에서는 볼륨을 몇으로 통일해주세요'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감인건데 말이다.


고민이 또 많아졌다.

영어회화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자기계발을 하는 이웃의 발전적인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 공부는 또 다른 의미니까. 이건 마치 독서실 관리자에게 '자리 몇 번의 누구가 너무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고 말해주세요'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자리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몰래 쪽지를 남겨두고 후다닥 도망가는 느낌도 든다. 내일 나도 그 집 앞에 쪽지를 남겨볼까 아니면 엘리베이터에 쪽지를 붙여볼까.


함께 사는 공동체 안에서 예절을 지킨다는 것, 알면서도 참 어렵다. 문득 내가 내는 일상의 소음들도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되고 있지 않았나 가만히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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