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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un 25. 2022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글쓰기, 좋아하세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을까.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배운 지식들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당시에 노래까지 만들어 달달 외웠던 어떤 지식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져 있기도 하다. 획일화된 교육방식이 아닌 조금은 다른 가치에 초점을 둘 수 있는 교육의 시대가 온다면, 내가 기대하는 미래 교육의 중요한 가치는 주체성과 공감력이다. 경제, 과학, 교양, 역사 등 학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한 사람의 고유한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학문의 부재가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일은 잘하는데,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사람 등 종류는 다양한데, 그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가치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인데, 과연 우리 교육에 그런 사유의 시간이 있었나를 되짚어 보면 적어도 내 기억 속 나의 학창 시절에 이런 교육은 없었다. 도덕 시간조차 이론적 지식을 암기하기 바빴을 뿐 삶에서 어떻게 녹여내는지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경청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늘 바쁘게, 치열하게 흘러간다. 특히 학창 시절을 되짚어 보면 늘 학업성적만 따지기 바빴지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마음을 관찰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걸 궁금해하는 이들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치부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의 이유와 스스로의 가치를 찾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곤 한다. 몸만 커버린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 더 큰 사회라는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무리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평생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최근 출근길에 유튜브로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15분)의 지난 영상을 찾아 듣다가 개그맨 김태균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병으로 소천하시기 전 아들에게 '즐기면서 살아라'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 방법을 50대가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다.

그는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어떻게 행복해지는지를 알고, 그 방법으로 글쓰기를 경험한 것이다. 꼭 책을 내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단 한 번 써보라는 그의 말에 다시 한번 내 마음속 울림이 찾아왔다. 나에게 글쓰기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 이별을 겪고 마음 아팠던 순간들, 삶이 고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들. 그 모든 순간들 끝에는 글쓰기가 있었다. 글로 써 내려가며 나의 마음을 풀어놓고 나면, 좋았던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고, 아팠던 기억은 조금 더 명확하게 감정의 실마리를 풀어 위로할 수 있었다. 장강명 작가는 가끔 작가 지망생들이 자신에게 사인을 받을 때 문구를 적어달라는 부탁을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적어주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거창하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 글쓰기가 꼭 있었으면 한다. 교육과정 중에도 입시와 성적을 위한 논리적인 글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글쓰기 교육이 있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면서 주체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김영민 교수는 대학에도 알맞은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대학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볼까요? 오늘날 좋은 대학이라는 말은 대개 입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높다는 뜻이죠. 입학한 뒤에 받게 되는 교육의 내용이나 학생들의 체험에 대해서는 고려가 거의 없죠. 그러나 언젠가 좋은 대학이라는 말이 재정의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대학교육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따라서 입학시험 성적보다는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를 비교하여,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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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그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공부라는 여정에 올라서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평생 공부와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지 계속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경우 그것을 찾는 것이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나, 솔직한 나를 알아갔고, 지금도 꾸준히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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