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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n 23. 2017

#1. 마당이 있는 집.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사진 출처: photopin]



아주 작은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담장을 넘어선 키 작은 나무, 멋 없는 꽃 화분이 자랄 수 있는 아주 작은 마당이요.  

     

엔, 벚꽃 잎이 나지막이 춤을 추고, 라일락 꽃향기 가득 베인 달콤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요.

봄을 시샘하느라 쉬이 물러가지 못하는 미련 많은 겨울바람도 기꺼이 받아 줄게요.

겨우내 언 땅에 숨어 있던 새싹들이 돋아나는 모습도 지켜볼 거예요. 그렇게, 다시 초록을 머금을 준비를 할게요.    


여름엔, 풀벌레 소리와 함께, 한낮 햇빛을 잔뜩 머금은 밤의 마당에 맨발을 내려놓고, 후덥지근한 밤공기 속에 꾸벅꾸벅 졸아요. 풀숲을 해치고 자리한 마당 수돗가에 복숭아와 참외, 수박을 넣어 두고, 같이 꺼내 먹어요.


여름이니까… 한낮 맥주도 좀 봐 주세요. 한 잔만 해요 우리. 마당을 향하는 모든 문을 열어 놓고, 한 여름 선물처럼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할 거예요. 조금이라도 불어줄 찰나, 잠시 눈을 감고 고맙다고 얘기해 줄게요. 


 

[사진 출처: pexels]



가을엔, 내내 푸르렀던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쌓이는 그 작은 마당에, 열어 둔 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었으면 좋겠어요. 아마도 가을이 제일 중요하겠죠. 내가 태어난 해 이기도 하고 제일 짧아 아쉬운 계절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니까요.    


아주 작은 소리를 내는 유리 풍경을 문에 걸어 둘 거예요. 불어오는 가을바람 하나하나 풍경 소리에 실려 불어오면, 놓치지 않고 기억할게요… 그 찰나의 순간. 


낙엽이 사각사각 내려앉은 그 마당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비로소 느끼는 가을밤바람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꿈결 같을 거예요. 아직은 춥지 않은 가을밤이라면, 시원한 맥주를 두어 잔 마시다 마루에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겠어요. 
 

아! 하나 더요! 코스모스와 소국 화분을 잔뜩.. 발 들일 틈 없이 들여놓을 거예요. 마당 길이 안 보일 만큼 아주 가득이요. 걸을 때마다, 내 마른 다리에 그 녀석들이 비벼 올 거예요. 간지럽게. 아… 그러고 보니 날아 들어올 벌들이 좀 문제네요. 이건 좀 생각해 볼게요…     


이렇게, 절대 짧지 않을 가을을 보내고 나면, 찬 겨울이 올 거예요.     


[사진출처: pexels]



겨울엔, 얼어가는 마당을 가만히 지켜볼 거예요. 이렇게 얼어서는, 또 녹아 갈 테고, 푸른 잎들을 다시 피워 낼 준비를 하는… 잠시 쉬어가는 마당을 지켜줄 거예요.   


찬비가 내리면, 비 머금은 마당을,   

하얀 눈이 내리면, 눈 쌓인 마당을,   

찬 바람이 불어오면, 얼어가는 마당을… 그렇게 지켜볼 거예요.   


까만 밤이 하얗게 밝은 밤을 지내고 나면, 밤새 소리 없이 나린 눈이 마당을 따뜻하게 덮어 줄 거예요.

이불 안에 꽁꽁 쌓여 있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하얀 눈 쌓인 마당을 하염없이 바라볼 거예요.    


그 마당이 지나는 계절을, 당신과 어깨를 마주하고 앉아 보낼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보다 좋은,   

내가 꿈꾸는 당신과 나의 작은 마당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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