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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n 27. 2017

#2. 난 내 인생이 쉬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일상 이야기: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사전출처: photopin]



누구나 삶은 버거워요.

누구나, 내 슬픔이 가장 커요.

그 어떤 삶을, 그 누구의 인생에, 경중을 따질 수 있겠어요..


알아요. 누구나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나의 슬픔을 전하는 게, 너무나 지지리 궁상 같고, 싫으면서도...

한 번씩, 참아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 밤이 그랬어요. 1년 전, 서른여섯이었던 그 밤.

마음 너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취기에,

울음이 나올 것 같은 목 마름에, 나는 그런 말을 했어요.


“난 한 번도… 내 인생이 쉬웠던 적이 없었어요…”


하지 말걸.

그 말을 하고, 울음이 터져 버렸거든요.


때론, 말이 마음을 부르기도 하잖아요.

그 말이, 어둑어둑 쌓였던 내 마음을 부르고 말았고, 난 울어버렸어요.


저 사람이 좋다고 말하면 난 좋아져요.

이게 너무 먹고 싶다고 말하면, 난 먹고 싶어 져요.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정말 힘들어져요. 그래서 가능한... 정말 깊숙이 들어가 있는 내 말은 하지 않으려 해요. 하고 나면, 감당하기 어려워 지니까...


그날 그 말이 불러낸 마음이,

애써 외면했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사랑스러운 치맥 앞에서, 이 무슨 지지리 궁상 인지...


 

있죠. 난, 한 번도 내 인생을 허투루 산 적이 없어요.

노력 했어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꿈같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힘겨웠지만, 구비구비 산등성이를 넘었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일까요.


이제 그 어려운 방정식이 한 번쯤은 풀려야, 나도 살맛이 날 텐데 말이죠.


 

그날은, 그런 날이었어요.


6년 동안의 지옥 같았던 생활이 끝나고, 해가 바뀌었고,

단잠에서 깨어 보니 현실이 보이는, 그런 날이요.

게다가 서로 마음 위하는 사람들과의 퇴근 후 사무실 치맥 이라니...

마음이 풀어질 대로 풀어져, 기어코... 그렇게 터져버린 날.


 

한 번도 쉬웠던 적 없던 내 인생을 나는 허투루 살지 않았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늦겨울 내게 남은 건,

몇 년을 꼬박 일해도 갚지 못하는 빚과, 안전한 내 것은 없었던, 늘 힘들었던 자리들...

그리고 여전히 내 어깨를 누르는 가장의 책임감.


 

한해 지나고 또 한 해가 오면,

이 인생이 조금은 괜찮아질까요?


 지루하고 어려운 이 인생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쉬워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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