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여행기를 끄적이는 이유.

[소심한 여행기: 떠나 다시 오는 것, 여행]

by storygallery
P20151008_161932233_99066EB6-E9B1-4ED9-8BB0-BB52F79BB40E.JPG [2015년 9월, 태국 어느 하늘]



여행기를 쓸 만큼, 멀리 떠나보지도 길게 머물러 있지도 못했다.

내 여행은 늘 급했고, 서툴렀으며, 아쉬웠다.

목 끝 까치 차오른 삶은, 내게 쉬이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만 하고 또 일만 하고... 아니면 술만 마시고...

어느 순간, 무서워졌다.


내 인생이 이대로, 무언가 결핍된 채로 저물어 가는 것.

‘괜찮아. 남들도 다 그래’라는 말로, 위로하며 살아지는 것.

무서웠다.


'그래서'


돈 많고 시간 많은 여행은 못 하더라도,

어디든 언제든, 부족하게나마 떠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여행에 욕심을 낸 지 5년.

결심은 대차게 해 놓고, 사실 많은 여행을 하진 못했다.

그 사이 직장이 두 번 바뀌었고, 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또 늘 바빴다.


하여, 이 여행기는 무척 빈약할 것이다.

전문적인 여행 지식 없이, 소소하게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는 것이므로, 재미도 정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빛나던 그 순간들을 소심하게 나마 기록해 보고 싶었다.


직장인들의 몇 박 며칠의 휴가는, 일 년을 살게 한다.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빛나는 순간들을 맞이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떠났다가 다시 오는 것.

돌아올 곳이 있는 것. 이라고 생각 한다. 그래서.. 떠나오기...


그 순간들은,

그저 흘러 보내기 아쉽지 않은가?


그 언젠가,

긴 여행기를 주섬주섬 꺼내는 그 날까지,

이 작고 빛나는 순간들을, 소심하게나마 끄적여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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