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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Aug 04. 2017

#12. 잊을 수 없는 그 한마디, 응답하라1988

[이야기 감상문: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취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느 한순간. 어느 한 대사에 꽂힐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 하나의 순간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그 드라마를 추억하는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순간이 너무 강열했던, 드라마 이야기를 살짝 해 보려 합니다.



2015년 겨울 내내 가슴 졸이며 봤던, 인생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사진출처: 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1997, 1984 그리고 1988 까지.

매 응답 시리즈 때마다, 본방사수했던 응답 팬인데요.


특히, 그 시절 골목 감성이 따스히 묻어났던 응팔이, 저는 참 좋았어요.


나이 때로 하면, 응칠이 제가 살아온 세대이자 제가 지나온 추억들에 가까운데,

고작 초등학교 1학년 이였던 1988년 이야기에 왜 그리도 가슴 아프고 행복했던지요... 좀 애늙은이 여서 그런가 봅니다.

택이냐 정환이냐, 남편 찾기에 몰두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궁금하긴 했지만, 그 보다, 저는 그 골목 사람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골목에서 함께 자란 다섯 친구들도, 골목 미녀 삼총사도, 우리 시대 아버지들도,

그리고... 모두가 떠나고 쓸쓸히 남아, 모두의 추억을 머금고 사라졌던 그 골목도, 너무 사랑했습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제게 오롯이 남은, '응답하라 1988'의 추억 하나를 꺼내보려 합니다.


서툴지만 오로지 덕선이만 올곧게 바라봤던 택이의 사랑도,

먼 길을 돌아 친구의 손을 잡은 덕선이의 사랑도,

너무 어른스러웠던 선우와 보라의 사랑도,

우리 정봉이의 로맨틱하기 그지없던 사랑도,

조금은 부족하고 모두 힘들었던 그 시절을 이겨낸 모든 가족들의 사랑도,

어느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소중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강열하게,

한 소년의 '서툰 고백' 이 깊이 남았습니다. 


[사진출처: 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정환이는 자신의 감정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던, 평범한 소년이었던 것 같아요.


대게 그렇잖아요. 좋아도 좋다고 말 못 하고, 애 둘러서 툭툭- 챙겨주고.

만원 버스에서 뒤를 든든히 지켜주고,

덕선이가 나올 때까지, 운동화 끈을 몇 번이나 고쳐 묶어가며 기다리고,

무심히 그렇게, 묵묵히...


세상 그 무엇보다 설레는, 소년과 소녀의 설렘.


하지만, 이 소년, 우리 정환이의 첫사랑은,

'고백'으로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 한마디입니다. 

제가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 정환이의 고백입니다. 


[사진출처: 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세상 어느 고백이, 이 보다 절절하고 가슴 아플 수 있을까요?!

또 이 보다 더, 사랑한다는 마음을 가득 담을 수 있을까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너 없으면 안 돼...' 모든 고백의 말과 마음이 다 담겨있는 한 마디였습니다. 그리고, 소년 정환이의 첫사랑을 갈음하는 한 마디의 고백.


어찌할 수 없이, '장난이었다'는 말로 갈무리되어 가슴 아팠지만.

그 또한, 정환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자, 최선의 고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환이는 그렇게,  

한 소녀에게 향했던 소년의, 자신의 첫사랑을 끝냅니다.



한동안, 저 말에 온 마음이 빼앗겨,

지난 제 첫사랑을 떠올려 보기도 했어요.

딱. 그랬거든요. 내 신경은 온통 그 사람 이였거든요.

모두에게,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은 할 수 없는, 온통 그 사람뿐인 첫사랑.


그렇게, 모두의 첫사랑은 천만 분의 일 확률로 이루어지거나, 모두가 그렇듯 이루어지지 않거나.


모두들, 첫사랑을 잘 보내 주었나요?

아니면, 보내주지 못하고, 여전히 마음 한켠 내주었나요?


그저, 모두,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혹은 잘 잊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사랑스러운 골목 오총사도 안녕~

살짝 아쉬운 건... 다른 친구들의 어른이 된 모습도 보고 싶었다는 것.

궁금했거든요. 이 다섯 녀석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그게 못내 아쉽습니다... 만. 모두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는 '멋진 어른들'이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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