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많이 아프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평생 남이었던,
아니... 남보다 못했던 우리.
남은 감정은 없다고, 당신을 향한 내 심장은 돌처럼 딱딱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그러다.. 잘 살다 눈 감았다더라. 소리가 들려오면.
조용히 눈 감고 가는 길 편하기를 빌어주며, 가슴 한켠이 저려오겠지...
라고... 마치 내게 오지 않을 일인 것처럼. 담담히... 흘려보냈죠.
생과 사가 다르지 않으니,
남이었던 생처럼... 그 또한.. 난 담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참 나쁜... 이야기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네요.
내가 무너지네요.
살면서...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셈하면... 나는 당신을 4번 만났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따뜻함, 온기는...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어른이 된 후로, 그래서 나는 당신을 잘라냈어요.
물론. 그전에 당신이 나를.. 그 어떤 이유로 먼저 버렸지만. 그건 중요치 않아요.
내가 당신을 버렸어요.
아직도 그날의 공기, 따끔거렸던 마음, 지독히 풍기던 술냄새가 생생해요.
잔뜩 취해, 불어 터진 오뎅을 까만 비닐봉지에 사 와서는, 툭.
왜 먹지 않냐 채근하는 당신 앞에서,
나는... 당신 고개 넘어 벽지 무늬를 세고 있었어요.
'하나. 안 먹을 거예요.
둘. 그만 해.
셋. 빨리 끝나라.. 제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말도 안 하니, 오뎅 봉지를 주섬 주섬 챙겨 일어나며...
주정인지 읊조림인지 모를 얘기를 했어요.
"용서하지 마라. 내가 죽어도.. 절대 용서하지 마."
라는 말이. 마주 앉았던 당신과 나 사이에,
당신이 건넨... 마지막 말이었어요.
용서라는 건 말이죠.
사과를 건넨 후에, 그 마음이 받아들여진 후에 구하는 거예요.
당신은 그 순간에도, 아니.. 평생을.
내게 단 한 번도 미안하다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용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었을까요?
그 말이,
평생의 연을 끊어내게 만들었고.
나는. 온전히 당신을 내 마음에서 밀어낼 수 있었어요.
그거 알아요? 난 그때 무척 어렸어요.
당신은 나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마음을 온전히 때어낸 채로.
나는 어른이 되었고, 당신을 제외한 채로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살 겨를도 없었어요.
좀 전에도 얘기했듯이.
그래...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당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처럼.
그러다..
어제 당신 소식을 들었어요.
당신이 많이 아프다는, 어쩌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길 들었어요.
두런두런 웃으며 얘기 나누던 친구 앞에서, 울었어요.
분명.
내 마음은 돌처럼 딱딱해졌었는데...
당신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무너졌어요.
그리고 아침이 되었고,
나는 오늘 하루 또 숨 돌릴 틈 없이 바빴어요.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남아...
이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도 이 마음이 가라앉지 않으니, 어떻게든 토해내야 할 것 같으니...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그래서 내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이 공간에 토해내듯. 적어 나갑니다.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전해질리 없고 들릴 리 없겠지만, 전합니다.
나는. 당신이 지금 그 고통을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오래오래 살아 주세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저... 어딘가에서 잘 살아내주세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찾지는 않을 겁니다.
딱 그만큼입니다.
내가 당신 소식에 눈물을 흘렸던 그 수분 수초.
그리고. 지금 이 글을 토해내듯 쓰는 아픈 마음.
딱 그만큼만. 할 겁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당신을 제외한 이 삶을 살아갈 겁니다.
'찾아가 보겠니?'라는 물음에, 나는 답합니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와서, 달라질 것은 없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줄 마음이 없어요.
서로가 그런 상태에서, 만나서 나눌 수 있는 건 상처뿐이라고 생각해요.
꼭, 이겨내세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 주세요.
P.S.
참 나쁜 이야기,
좋지 않은 마음... 나눠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저, 이해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