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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l 03. 2018

#20. 음악이 주는 위로, 고마워요.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가끔.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온기로도 안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가, 점점 가라앉을 때면...

누군가의 '괜찮아'라는 말 조차도 버거워요.


그럴 때. '음악'이 그리고 '노래'가 차게 서린 마음을 토닥여주고, 지친 어깨에 온기로 내려앉을 때.

그 무엇으로도 안 되는 마음에 위로가 되어줄 때를, 소소하게 기록해 보았습니다.




# 첫 번째 음악; 김윤아 'Going Home'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2010년 발매된, 김윤아 님의 3집 앨범 수록곡입니다.

동생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요.


그 누군가.. 집에 가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아. 좋아질 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넌 그럴 자격이 있어'라는 가사가, 마음에 뭉클. 와 닿습니다.


그날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한 번에 겪고,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집에 돌아가는 길.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이 툭 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터져 버릴 것 같은 날.

겨울의 초입이었던 것 같은데, 바람은 또 왜 그렇게 부는지요... 날 선 바람에, 내 안으로 더 웅크리고,

그렇게 묵묵히 걷다가, 막상 집이 보이는데... 들어갈 힘도, 마음도 없었어요.

마치 누군가와 싸우는 것처럼. 집 문을 바라보며 서 있었어요.

사실 듣고 있지 않았지만, 습관처럼 귀에 꼽았던 음악 리스트 들은 랜덤으로 계속 돌아가고...

그러다... 이 노래를 듣고, 한참을 서서 마음을 다독였던 기억이 납니다.


고마웠어요.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삶에 짓눌린 제 어깨를 토닥토닥. 위로 해 주었습니다. 



# 두 번째 음악; 강산에 '넌 할 수 있어'

어려워마 두려워마 아무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네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가 있어



1994년, 그러니까... 제가 14살 때 발매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이 노래 모르는 사람 있을까요? 강산에 님의 노래, '넌 할 수 있어'입니다.


강산에 님 노래와 함께 청춘을 보낸,

과장님 그리고 부장님 노래방 애창곡. 같은 느낌이죠?! ㅎㅎ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기보다, '아 그 노래 다들 좋아하지'의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그런데 얼마 전,

늘 듣던, 평소 흘려듣던 이 노래가, 마음에 와 닿아 울리는 일이 있었어요.



한차례

마음 아픈 일을 겪고,

친구들과 야외 음악 페스티벌을 찾았습니다.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맥주 마시며, 바람에 흘러가듯 노래들을 듣고 있었어요.


날이 어둑어둑 지려는, 봄바람이 마음에 들어오려는 시간에,

강산에 님의 순서가 되었고.


그때 마침 일행들은 자리를 비우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 저만 오롯이 앉아, '넌 할 수 있어'를 듣게 되었어요.


어렸을 땐 말이죠...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참 좋았거든요?!

근데. 나이가 한참 들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이 너무 따뜻하더라고요.

어떤 예고도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맞아... 내게 일어난 그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도닥였어요.

어른이 된 내게, 그 누구도..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라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늘... 버겁고 무거웠던 내 어깨를, 이 노래가 토닥토닥 안아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 세 번째 노래; 가을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2010년, 가을방학 1집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 질 때가 있어'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가을방학. 그리고,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위로라기 보단, 애틋하며 담담한 연서 같은 노래지만.

저는 이 노래가, 큰 위로로 와 닿아요.


수 없이 많은 나날들 속, 너는 반짝이고 있다고... 항상 고마웠다고 말해주는데,

그게 참.. 그렇게 위로가 됩니다.

분명 헤어진 연인에 대한 회한, 혹은 뒤늦은 연서 같은데 말이죠..

제게 이 노래는 위로입니다.



여행지에서 듣는 노래들은,

일상과는 좀 다른, 특별한 추억 그리고 기억으로 남곤 합니다.


일 년 전 3월의 섬, 사이판에서,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들었던 이 노래를 저는 잊지 못해요.

그때도 저는 상당히 지치고 막막해 있을 때였어요.


여행이라는 흥에 취해, 낮 맥주를 몇 캔 들이키고, 잠이 들었었고...

일행의 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 떠 보니,

파도소리와 함께, 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라는 가사가,

제게 향하는, 작은 위로 같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아요.


글에서야 이렇게 착하고 순한 척 하지;

일이든 사람이든.. 좀 많이 뾰족해요 저는.

물론. 제가 잘했던 순간 보단, '너무했던' 순간들이 더 많긴 하지만.

저질러 놓고, 마음 아프고 힘들고, '그런 사람' 이 되는 순간들이 지치기도 해요.

그런 제게, 이 노래는,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 글에 지겹게 등장하는, 겨울 어느 날을 보낸 첫사랑.

미운 기억보단, 좋은 추억으로 남은 지금. 그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혹은 듣고 싶은 이야기 이기도 해요. (소곤소곤)







더 많은 순간.

음악에 치유받고, 노래에 온기를 느끼곤 하지만.

이 3곡의 노래는, 힘들었던 어느 순간 제게 깃들었어서,

유독. 마음 한켠에 방을 내주게 된 것 같아요.

 

이 노래들에, 그리고 불러준 가수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안 되는 제 불온한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주셔서,

위로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던 누군가가 있다면...

제가 위로받았던 순간들을, 그 노래들을 함께 느껴 보시기를.. 감히 권해드려요.


지친 어깨를,

눈물이 서린 눈가를 꾹꾹 토닥여 줄 거예요.


그렇게 노래 한번 듣고,

눈 한번 꾹 감았다 뜨고,

편한 잠에 들었다 깨어 아침이 되면,

당신의 하루가 조금은 괜찮아 지기를... 바라 봅니다.




[모든 사진 출처는 PEXEL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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