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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May 15. 2018

#19. 엄마의 언니.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바쁜 건 늘 매한가지인데, 이 공간에서 글을 끄적일 여유가 없었네요. 

바쁨이 한철 지나고, 나름의 짧은 휴식도 가졌고, 연초의 새로운 마음 가짐을 지금에야 가져 봅니다. 



오늘도, 엄마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제 공간에 유독, 첫사랑과 엄마 얘기가 많아요. 지루하시더라도, 들어주세요. 

예전부터 엄마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차곡차곡 기록 해 두고 싶었어요.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파마머리의 평범한 아줌마 혹은 노인 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내 엄마는, 제게는 특별하거든요. 




[사진 출처ㅣ PEXELS] 



엄마는 형제가 많아요. 

그 시대 태어난 어른들이 그렇듯.

오빠 둘에 언니 셋, 그리고 아래로 남동생 둘에 여동생 하나. 


삼촌, 이모들이 많아서 저는 외롭지 않았어요. 

엄마 손을 잡고, 한동네 모여사는 이모들 보러 다녀오면.. 그렇게 신났어요. 

모두들 아주 많이 이뻐해 주셨어요. 늘 둘 뿐이었던 우리에게, 가족이 되어 주셨던 분들... 

서로 가차이 살며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족이라는.. 형제라는 이어진 끈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형제들이 있는 우리 엄마가 아주 많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외동이거든요. 



몇 해 전. 

둘째 외삼촌이 돌아가셨습니다. 

형제들 중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엄마에겐 둘째 오빠의 갑작스러운 부음이... 아주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 언제 떠날지, 그 순서도 모르게 갑자기 일지 모른다면서도... 쉬이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셨습니다. 


돌아가시던 날 새벽, 꿈을 하나 꾸었다고 해요. 


[사진출처: PEXELS]



엄마 예전 살던 시골집 마당.

모두가 아이였던 그때 그곳에서, 형제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꿈을 꾸었다고 해요.


그리고, 일어나, 몇 시간 뒤에 오빠의 부음을 들어야 했습니다.


엄마는 그때, 무척 그립다고 힘주어 얘기했어요.

살다 무뎌진 그 정이, 그 추억이, 못내 사무친다고 했어요.




둘째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엄마도, 형제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언제 일지 모를 마지막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엄마는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 대신 엄마였던... 큰 이모가 요즘 많이 편찮으세요. 

큰 이모를 만나기 위해 엄마는, 그 먼 고향길을 마다 않고, 한 달에 두세 번씩 들여다봅니다. 


"죽어서 슬퍼하는 거 아무 소용없다.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봐야, 후회가 없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렸을 적 돌아가신 외할머니 기억이 없는 엄마는, 

큰 언니가 엄마였다고 해요. 


시집도 보내주고, 산후조리도 해주고... 

엄마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와 주는... 엄마와는 열여섯 차이가 나는 큰 이모. 



제발.. 하루라도, 한 달이라도, 일 년이라도 더 살아, 옆에 있어달라고 기도 하세요. 


[사진 출처: PEXELS] 



매일 아침.

전화로 큰이모 안부를 묻는 것으로, 요즘 엄마의 일상은 시작됩니다.



오늘 아침. 엄마가 전화해서 그래요...


"언니, 어서 일어나. 건강해져서, 빨리 나아서, 우리 형제들 여행 한번 갑시다 언니."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우리가 가는 그 흔한 여행을, 살며 단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던 우리 엄마들...



살아 있는 동안, 후회 없도록 많이 봐야 해요.

나중에 그리움으로 남지 않도록, 함께 하고 싶은 거 다 해야 해요.



엄마 바람 대로,

큰 이모가 빨리 건강해져서,

엄마와 이모, 삼촌들이 모두 함께 여행을 가셨으면 좋겠어요.


바람 좋고, 경치 좋은 곳에 모두 모여, 

어릴 적 시골집 마당에서 놀던 어린아이들처럼... 행복한 한 때를 꼭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살아야 해요.

만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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