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라지는 낙엽길을 밟고 가셨나,
포근한 눈 길을 밟고 가셨나..
문득 답답한 가슴에 일어나 잠 못 들던 그 새벽이었나,
너무 평범했던 어느 하루, 일을 하고 웃고 떠들던 그 어느 하루였나..
마지막 가는 길 마저도,
그리 무심하게 가셔야 했나...
그렇게 마지막 까지, 곁을 두지 않아야 했나...
어린 나는,
여전히 원망뿐입니다.
사과가 당신의 의무가 아닌 것처럼,
용서도 나의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생의 후회로 남는다 한들, 그 조차 내 몫이라고..
치기 어리게 말했죠. 딱.. 두 달 전이네요.
그렇지만,
이렇게 내게 그 어떤 시간도 남기지 않고 떠날 줄은 몰랐어요.
나는,
이제 미워할 사람도...
용서할 기회도 없어져 버렸어요.
당신이, 세상에서 정말 사라져 버렸어요.
어제 까진 그래도,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 주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어제 까진...
그래도 미워할 수라도 있었는데,
이미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난 당신을, 내가 미워해서 뭐해요...
어제와 다른 오늘,
해가 넘어가는 하늘을 보며,
눈 감고 빌어 봅니다.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았을 당신.
마지막 길 조차, 따뜻한 인사 한번 제대로 못 받고 차가운 길을 밟고 떠났을 당신.
이제, 마음에서 그 미움 그리고 원망 놓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그곳에서만은 따뜻하고 편안하길 빌어요.
이 생에서는 우리 함께하는 연이 없었으니,
그곳에서라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어느 날,
내 꿈에 한번 찾아와 주세요.
아무 말도 안 해도 돼요.
그냥 딱 한번.
손이나 한번 잡아 보게요.
내가 태어난 순간, 당신이 나를 안고 행복해했다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다고 들었어요.
나를 안았던 당신 손을,
한 번만 잡아 보게, 내 꿈에 한번 찾아와 주세요.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봄이 오기 전에 만나러 갈게요.
부디, 그곳에서 안녕하시기를...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