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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n 27. 2017

#4. 아주 이상한 면접.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십이년차 공연 기획자 이고, 그 사이 직장을 3번 옮겼습니다. 

제 공연 일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차지 했던, 그때 그 이야기를 잠시 해 볼까 해요. 


[사진출처: pexels]


겉보기엔 아주 화려 하지만, 그 안에 나는 없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6년 이라는 시간. 장기 근속자에 속하는… 제가 또 쓸데 없는 끈기가 좀 있어서…    

 

그게 뭐라고 벗어나지도 못하고, 스스로 옭아 맸어요.     


상식적으로 절대 이해 되지 않는, 1년 365일 속박 되어진 삶을.. 6년을 한 거에요.    

물론 모든 직장인들이, 그리고 회사 생활이 속박 되어진 것. 이겠지만...

아침부터 새벽까지, 잠든 몇시간을 제외하고, 감당 안 될 일 더미에 쌓여 숨이 조여오는, 6년 이었습니다.    

문자나 전화 그리고 카카오톡은 업무로 점철 되어 있었고,

핸드폰 진동만 들려도 소름이 끼치는... 잠든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 업무 톡을 해야 하는.. 그런 6년 이요.


그러다 결심을 했습니다.     

지난 6년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이대로 살다간 나는 언젠가 이렇게 죽겠구나.   

그리고 지금 이 회사가 내 인생을 전체로 보았을 때, 내 젊음을 다 내 걸 가치가 있는 걸까…?     


결론은, 지금까지면 충분 하다!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마음.

      

사표를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도 반려, 또 내도 반려. 끝이 보이지 않는, 개미 지옥 같은 퇴사 준비 중에.       


거래처로, 한번 인사한 게 전부인, 지금의 사수를 만났습니다.     

나갈 수 있을지도 스스로 의문인 상황에서, 차나 한잔 마시자. 였어요.     

면접 이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차 한잔.     


참 이상하게도, 제 인생에 큰 일들은 겨울에 일어나요.   

그 날도, 찬 바람 부는 겨울 이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면접 아닌 면접을 봤죠. 차 한잔 하면서.     

그러다… 문득, 물으시는 거에요.     


“겉에서 보기엔 지금 회사가 본인 커리어 쌓는데 더 유리할 거 같은데. 왜 나오려고 해요?”    


그 전까지, 영업용 가면을 쓰고 있었거든요.   

생글 생글 웃으며, 마치, 매뉴얼 이라도 있는 것 처럼, 정확한 표정과 대답.       


그런데 그 질문을 받는 순간, 그 순간… 제 안에서 뭔가가 툭- 끊겼어요.     

그리고…     


“제 인생을 찾고 싶어요.”    

라고 대답 했어요.     


보통 면접 이라면, 새로운 회사에서의 비전을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리고 툭. 끊긴 무언가가, 눈 안에 차 올랐어요.   

차마, 흘러 내리지도 못한 눈물이, 차 올랐어요.     


아... 난 내 인생이, 새로운 인생이 절실했구나. 아니, 절박 했구나...


그리고, 제 안에서 툭 끊긴 그 무언가가, 그분에게 툭 닿았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따뜻하고 단호하게.. .  


“면접 보는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꼭, 새롭게 시작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렵게, 몇 번의 포기의 순간을 견디고, 장장 4개월의 퇴사 기간을 거쳐, 저는 그때 그 이상한 면접을 보았던 사수의 손을 잡고 새로운 직장에 안착. 제 인생을 찾고 있습니다.   


훗날 함께하게 된 어느날,

그 당시, 4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까지, 왜 저를 놓치 않으셨나 물으니,

어떻게든 그 안에서 저를 빼 내와야 겠다고, 결심 하셨다 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져진 구명 줄 이였어요. 제게 그분은...

  


새로운 직장 뿐인가요…     

공연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을, 같이 돌고 있습니다.     


함께 손 꼭 붙잡고 들어갔던 새 직장에서의 2년을, 알차고 치열하게 보내고,   

올해 봄, 손 꼭 붙잡고 나와, 함께 또 다른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일에도 제 편인, 인생의 사수를 만나,   

아직, 저는, 제 인생을 찾는 중 입니다.


      

그 어느 봄 날,     


“새로운 인생을, 완벽하게 찾았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지금,

새로운 인생을 꿈 꾸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최갑수 저서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의 한 페이지를, 어느날 읽고,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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