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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yeon May 21. 2017

디지털 노마드? 원격근무자의 평범한 하루

일을 하는 방식의 변화는,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



개운하게 눈이 떠질 때쯤 일어나 스마트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합니다. 확인해야 할 슬랙 내용과 메일을 보며 잠을 깨곤 하죠.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굳어 있던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사실 침대에서 뒹굴뒹굴), 커피 한잔을 내리기 위해 거실로 향합니다. “오늘은 어떤 맛 커피를 내려 먹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은 하루 중 저에게 주는 최고의 사치입니다. 그렇게 커피 한잔을 내리고, 간단히 아침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거실 책상에 앉아 하루 업무를 시작합니다. 때론 집안일을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간단히 처리해놓고 일을 시작하기도 하죠.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냅니다. 심지어 회사가 먼 경우, 하루 왕복 2-3시간은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지요. 야근까지 한다면..

저의 이전 회사들의 경우도 많으면 일주일 내내, 적어도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야근을 했었고, 그 이야기는 곧 집은 곧 잠만 자는 곳이었습니다.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팀은 저의 네 번째 회사이자 두 번째 스타트업입니다.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회사에서도 이렇게 거의 100%  원격근무를 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우리 팀은 일주일에 3번 정기적으로 행아웃으로 미팅을 진행하고, 업무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슬랙으로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업무 관련 해결해야 할 이슈는 깃헙(Github)으로 관리합니다. 평균 한 달에 한두 번쯤은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얼굴을 보며 일을 합니다. 주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우리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죠. 하지만 이렇게 만나는 날도 강제적이진 않습니다.


우리는 주로 좋아하는 카페, 혹은 ‘나에게 가장 편하게 세팅된’ 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볼일이 있어 이동 중이라면, 달리는 기차, 지하철 안에서도 원한다면, 필요하다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 나갈 일이 있다고 해도 인터넷만 된다면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도 있죠.(?)

몸이 좀 좋지 않은 날에는 좀 쉬었다 일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날엔,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왠지 모르게 의자가 불편한 날엔 침대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날이 좋은 날엔  베란다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일을 하기 해요.

가고 싶은 세미나가 있으면 자유롭게 참석하고, 듣고 싶은 클래스가 있다면 자유롭게 신청하여 임합니다. 못다 한 업무는 제가 가능한 시간에 하면 됩니다. 미리 해놔도 되고요. 데드라인만 지킨다면 문제없죠.


그렇게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마치고 나면 잠정적인 퇴근을 하고, 독서, 집안일, 개인적인 볼일 등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아 물론 일이 많은 날엔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잠드는 시간이 곧 업무가 끝나는 시간일 때도 있고 새벽까지 일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강요한 것도 지켜보는 것도 아니죠.) 일의 진행사항은 모두가 숙지할 수 있도록 슬랙과 깃험 이슈로 남겨 놓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고 싶은 시간에 잠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원격근무를 하게 되었을까!?

(저의 개인적인 생각)


다양한 거주지

지금 팀원들의 거주지는 꽤 다양합니다. 인천에 대부분 거주하고 계시고, 대전에도 계시고, 저는 서울 동쪽 끝자락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중간지점에서 만나도 모두 편도 최소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써야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죠.

팀원들은 각자에게 편안한 자신의 주거지가 있었고, 각각의 거리는 꽤 멀었습니다. 작은 팀이기에 사무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어디선가 공간을 지원받더라도 꽤 먼 거리였어요. 모두에게 최적으로 보이는 장소는 없었습니다.


출퇴근으로 얻는 피로도를 줄일 수 있어요.

이전 회사들을 다니며, 최대 왕복 하루 3시간 정도를 매일 출퇴근 시간으로 사용했었어요. 길에서 버리는 것 같은 그 시간을 아껴보고자, 영어공부도 해봤고, 글을 써보기도, 책을 읽기도 했고,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우기도 했지만,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미 에너지의 50%를 사용한 것 같은 피곤함을 느끼기 일수였죠. (퇴근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업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한 날이면 무엇도 할 수 없는 ‘녹초’가 된 상태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지금은 매일 이런 출퇴근의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알람 소리에 급하게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화장을 못하고 뛰어나가는 일도 없어졌으며, 아침을 거르는 일도 없어졌죠.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에서.

저희 팀 대표인 H님은 농담처럼 “(급여를 만족스럽게 주지 못하니) 일하는 환경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업무 환경은 일하는 사람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것은 당연하죠. 그 최적의 장소는 자신이 가장 편한 집이 될 수 있고요. 좋아하는 어떤 공간이 될 수도 있겠죠. 또 여행을 하며 일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팀원들 모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대표인 H님이 함께 일을 해보자고 권유해 주셨을 때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그런 좋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셨었지요. 팀원들 자체가 모두 그러한 성향이고, 그것을 지향하기에 우리는 1년이 넘게 이러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팀원들의 집이 멀어도, 출퇴근이 피곤한 것이라고 해도,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책임을 다하고 있기에 유지가 가능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원격근무 후, 달라진 나의 삶


온전히 나의 하루를, 나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아침에 눈이 떠질 때 눈을 뜬다는 것, 하루를 마치고 싶을 때 마치고 마친다는 것.

이전 회사에 다닐 때에는 집은 잠자는 공간이었습니다. 때론 막차를 타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 하기도 했었고, 쉬는 날에도 뭔가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아 정작 쉬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죠. 결국 몸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지금도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실제로 하는 일이 더 많다고 느껴질때도 있어요. 업무 영역이 더 넓어졌거든요. 일이 많을때는 주말에 일을 할 때도 있고, 더 긴밀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툴의 진화로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마음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간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들을 만났고, 그러한 영향들은 저에게 일에서도 삶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나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제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죠.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신경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부끄럽지만 과거에는 제자신의 상태를 돌보거나, 제 주위의 소중한 사람에게도 신경 쓰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았고, 그 시간은 지금도 후회가 남는 부분이 많네요.)


세상을 조금 다른 시야로 보게 되었어요.

나의 인생,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또 삶과 일의 균형에 대해 항상 생각하게 되었죠. 일에 나의 삶을 맞추며 나의 삶, 그로인해 진짜의 나의 삶, 가족은 조금 뒷전으로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소진되고 있다고 느꼈고 공허함이 항상 크게 남았던 것 같아요. 주체적으로 나답게, 나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었고, 그 여유는 결과적으로 일도 삶도 즐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막연하게나마,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해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었는데, 지금이 그 꿈에 많이 다가간 상태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다양한 색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면, 막연하게 꿈꿔왔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2017년은 이렇게 일하며 살았네요. 벌써 2017년도 중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매년 빠르게 바뀌는 IT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니, 사용하고 있는 툴도, 업무 방식도, 업무 환경도 매년 바뀌고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내가 속한 이곳에서 어떤 것이 효율적일까, 행복한 방향일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포함하여 앞으로 조금씩 남기게 될 글들은 저와 다른 경험을 갖고 계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격근무를 하는 팀은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는지 조금씩 남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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